[계곡 입구. 빛은 입구까지만 닿고, 그 너머부터 길게 어둠이 내려앉아 있다. 아침은삼겹살은 K Rimmer에게서 받은 코인을 손바닥 위에 펼쳐 하나씩 센다. 아이는 둘 사이에 서 있다.]
아침은삼겹살: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 금액 확인했습니다. 떠나기 전에 잠시 마지막 말씀 나누시죠.
[아침은삼겹살이 몇 걸음 물러선다.]
[K Rimmer는 아이 앞에 쭈그려 앉아 눈을 맞춘다. 벌어진 옷깃을 당겨 여며 준다. 아이는 K Rimmer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K Rimmer: 자…… 그동안 해 온 거 잘 기억하고 있지? 가면서 인도자님 말씀 잘 듣고.
[아이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다. K Rimmer는 아이의 옷깃을 쥔 손을 천천히 놓는다.]
아침은삼겹살: 준비되셨습니까? 그럼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아침은삼겹살과 아이가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K Rimmer는 계곡 입구에 선 채 두 사람을 바라본다.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황량한 황무지. 메마른 땅 위로 길이 희미하게 이어져 있다. 멀리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아침은삼겹살: 저 앞에서 잠깐 앉았다가 가자꾸나.
[두 사람은 나무 그늘 아래 나란히 앉는다. 아침은삼겹살이 물통을 건넨다. 아이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두 손으로 물통을 감싸 쥔다.]
아이: 인도자님, 뭐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아침은삼겹살: 그래. 말해 보거라. 내가 답할 수 있는 거라면 해 주지.
아이: 인도자님은 이 일만 하시나요?
아침은삼겹살: 음. 주업은 아니고, 가끔 한단다.
아이: 그래요? 그럼 몇이나 인도해 보셨어요?
아침은삼겹살: 음…… 한 아홉 번쯤 되는구나. 너를 무사히 계곡 끝까지 인도하면 열 번째가 된단다.
아이: 아, 그렇군요.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인도자님은 다른 인도자님들과 좀 다를 거라고요. 그런데 저는 인도자님만 만나니까 알 수가 없잖아요. 뭐가 다른지…….
아침은삼겹살: 글쎄다. 나도 다른 인도자가 어떻게 하는지는 본 적이 없어서……. 어머니가 나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하셨니?
아이: 네, 조금요. 아… 그런데 말하지는 말라고 하셨는데…… 제가 물어봤네요. 죄송해요.
아침은삼겹살: 괜찮다. 뭐, 그럴 수 있지. 어머니가 신신당부한 게 많을 텐데, 그건 잊지 않고 있지?
아이: 네. 계속 말씀하셨어요. 너는 나 일부이자 전부다. 그러니까 계곡 밖에서도 씩씩하게 견뎌 내야 한다고. 특히…….
[아침은삼겹살이 물통의 마개를 닫는다.]
아침은삼겹살: 특히?
아이: 혼자 있는 걸 견뎌야 한다고요.
아침은삼겹살: 그건 네 어머니가 제대로 알려 주셨구나.
아이: 혼자 있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어요. 엄청 고통스러울 거라고 하셨거든요. 혼자 남게 되면 얼마나 오래 혼자 있어요?
[아침은삼겹살이 길게 숨을 내뱉는다.]
아침은삼겹살: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엄청 힘들고 고통스러울 거야. 시간은 느리게 갈 테고, 모든 게 덧없게 느껴질지도 몰라. 그렇지만…….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침은삼겹살: 뭐, 이 정도는 말해도 괜찮겠지……. 네 어미는 너를 보내기 싫어했어. 그래도 보내야 했지.
[아이는 물통을 내려다보다가 아침은삼겹살을 올려다본다.]
아이: 인도자님도 아이가 있으세요?
아침은삼겹살: 있지.
아이: 몇이나 있어요?
아침은삼겹살: 꽤 많단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게로구나.
아이: 네…….
아침은삼겹살: 나는 좋은 인도자를 많이 만나서 그런지, 계곡 밖에서 다른 존재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는 아이가 많았단다. 가끔 혼자서 아주 긴 시간을 보내는 아이도 있지만…… 나는 알아. 그 녀석도 혼자가 아니고,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아이: 아……. 그럼 저도 계곡 밖으로 나가면…….
[아이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아침은삼겹살: 거기까지는 내가 말해 줄 수 없을 것 같구나. 계곡 밖의 존재들은 나도 정확히 알지 못해. 다만 그들이 너를 온전히 만날 수 있도록, 안전하게 계곡 밖까지 인도할 뿐이지……. 미안하다. 이 정도밖에는 알려 줄 수 없어서.
아이: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인도자님.
[아침은삼겹살이 주머니를 뒤지더니 품 안에서 헝겊으로 싼 뭉치를 꺼내 건넨다.]
아침은삼겹살: 자, 받아라.
아이: 이게 뭔가요?
아침은삼겹살: 말린 베이컨을 좀 챙겨 왔어. 가다가 배고프면 조금씩 꺼내 먹거라.
아이: 감사합니다, 인도자님.
아침은삼겹살: 자, 그럼 충분히 쉰 거지? 이제 가자꾸나.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