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이 이야기는 공주에게 만족할 때까지 춤추는 저주가 걸리고, 수많은 시도 끝에 한 마법사가 희생양(?)이 되어 공주의 욕망을 충족시킨 뒤, 저주가 엉뚱하게 욕망 성취 서비스로 소문나는 성인 동화입니다.
작가가 특별히 음란해서 이 글을 쓴 걸까요? 이 작품을 읽고 단순히 “떽뚜를 하고 싶다”를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얕은 독해일 것입니다.
2. 프로이트와 라캉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인간의 행동이 의식적 판단보다 무의식적 욕망과 억압에 크게 좌우된다고 봤습니다.
정신은 본능적 욕구인 이드, 현실을 조정하는 자아, 규범을 내면화한 초자아로 구성됩니다.
억압된 욕망은 꿈, 말실수, 증상, 반복 행동 같은 방식으로 우회해 나타납니다.
특히 성적 충동과 공격성은 인간 심리의 핵심 동력으로 간주했습니다.
정신분석은 이런 무의식의 내용을 말과 해석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프로이트가 성적 충동을 강조한 이유는, 당시 환자들의 증상에서 억압된 성적 욕망이 불안·강박·히스테리 같은 형태로 반복해서 나타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성을 단순한 성행위가 아니라 쾌락을 추구하는 넓은 심리 에너지인 리비도로 보았습니다.
특히 사회 규범 때문에 성적 욕망은 쉽게 억압되므로, 무의식 속에 남아 꿈·말실수·증상으로 우회해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성적 충동을 인간 정신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으로 본 것입니다.
라캉은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입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그것을 언어학·철학·구조주의와 결합해 다시 해석한 사람입니다.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이 언어, 사회 규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라기보다, 현대 철학과 문학비평에도 큰 영향을 준 이론가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유식한 척(???) 하는 문학비평에도 종종 나오잖습니까…)
라캉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언어와 기호의 문제로 다시 해석했습니다.
그는 무의식이 단순히 감춰진 욕망의 저장소가 아니라, 말실수·꿈·반복되는 표현처럼 언어의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라고 봤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하나의 완전한 존재라고 느끼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늘 결핍을 안고 있습니다. (내 작품! 황금의 서사를 읽어라!!!)
라캉은 이 결핍 때문에 욕망이 생기며, 어떤 대상을 얻어도 욕망이 완전히 끝나지 않고 계속 다른 대상으로 옮겨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인간은 단순히 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고 무엇을 원하는지까지 의식하며 욕망합니다.
그래서 욕망은 개인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생기기보다 사회와 언어, 타인의 시선을 통해 형성됩니다.
그는 인간 경험을 상상계·상징계·실재계로 나눴습니다.
// 《상상계》는 자기 이미지와 환상 = 이상적인 자기상, 타인과 비교하며 만든 자아상이 여기에 속합니다. 실제의 나는 복잡하고 모순적이지만, 상상계에서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일관된 이미지를 붙잡습니다.
// 『상징계』는 언어·법·사회질서 = 상징계는 언어와 규칙, 사회적 관계의 영역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 가족관계, 신분, 성 역할, 법과 예절 같은 이미 만들어진 질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 【실재계】는 언어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고 계속 남는 충격적 잔여를 뜻합니다. = 우리의 언어와 이미지로 완전히 붙잡히지 않는 부분입니다. 실재계는 평소에는 가려져 있지만, 기존의 언어와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3. 해석
이야기의 본질인 공주의 테트리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작가는 공주의 불완전한 욕망을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는 3대 욕망 중에서 꼭 집어. 성욕으로 규정했습니다.
얼굴도 예쁘고, 지위도 높으며, 다 가진 것만 같은 그녀에게 부족한 것. 성욕입니다.
여기서 성욕을 단순하게 육체적 욕망으로 본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공주는 왕의 딸이며, 왕국의 질서와 품위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욕망을 가진 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순결하고 고귀해야 하는 공주인 것 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성욕을 직접 선언하는 순간, 공주라는 사회적 역할과 충돌하게 됩니다.
프로이트식으로 말하면 여기서 억압이 발생합니다.
떽뚜를 하고 싶다는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말 대신 신체 증상으로 돌아옵니다.
멈추지 않는 춤은 공주가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욕망을 몸이 대신 발화하는 방식입니다.
왕이 음식과 재물과 공연으로 공주를 만족시키려는 장면도 중요합니다.
왕은 딸의 욕망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보지 않으려 합니다.
성욕이라는 답을 인정하는 순간 공주와 왕국의 체면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왕은 욕망을 다른 욕구로 번역하고, 온갖 대체물을 투입합니다.
이걸 라캉식으로 말하면 왕과 왕국은 공주의 욕망을 직접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상징계입니다.
공주는 공주라는 기표 속에 갇혀 있습니다. 공주는 욕망할 수 있지만, 공주답게 욕망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성욕은 언어로 표현되지 못하고 만족, 춤, 저주 같은 우회적 기표들로 이야기됩니다.
마법사가 등장하면서 이 우회는 끝납니다.
그는 공주의 욕망을 해석하려 하지만, 사실 필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라 실행입니다. (테트리스…)
공주의 몸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고, 마법사는 그 답을 몸으로 확인하는 인물이 됩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웃음은 공주가 자신의 욕망을 모른다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정확한 단어를 말하지 않는 데서 나옵니다. 공주도 알고, 왕도 짐작하며, 독자도 압니다.
그러나 작품은 끝까지 그것을 ‘만족’이라고만 부릅니다.
대단히 훌륭한 왕국입니다.
라캉은 욕망이 끊임없이 미끄러진다고 했지만, 이 왕국에서만큼은 모두가 그 욕망이 어디로 향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상 깨달은 현자들의 왕국이나 다름없습니다.
4. 후기
본 리뷰는 늘 그렇듯이 작가인 김줴님과 아삼님의 헛소…
흠흠… 그 문학에 대한 열정과 토론 그리고 두 지성의 사유와 철학이 오간 댓글 속에서 모티베이션을 얻어서 만든 리뷰입니다.
제 리뷰관(???) 으로 따질 거 같으면,
작가의 작품에 대한 적확한 이해와 프로모션인데.
솔직히 이 리뷰를 쓴 이유는 다음의 3가지의 결합 같습니다.
1. 라캉 : 이 리뷰는 어쩌면 처음으로 저를 위해서 쓴 리뷰인거 같습니다. 제 작품을 제가 스스로 분석하면서 (욕망과 결핍) 라캉이 자주 나왔는데 솔직히 어디다가 한번쯤 써먹어보고 싶었습니다. 크크크. (이런 미친…)
2. 농담인지 아니면 아삼님의 정말로 날카로운 분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이랑 프로이트 그리고 라캉이 제법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이 작품에는 그대로 이 리뷰각이 나와서 썼습니다. 성욕도 이 정도로 노골적이면 작품이 되는 구나 싶습니다.
3. 해석 : 이 작품을 낮게 보는 건 “절대” “아니고”, 리뷰와 작품간의 관계를 아주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시 같아서 만들어봤습니다.
1) 리뷰는 작품에 기초하는 2차 저작물입니다.
2) 좋은 비평은 작품의 정답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만드는 하나의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이트와 라캉을 빌려 작품을 해석했지만, 동시에 비평이 작품을 얼마나 쉽게 부풀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장난이기도 합니다.
3) 비평이 작품을 실재보다 크게도 작게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와 의도가 아닌 부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칼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 어떤 작품에도 마음만 먹으면 금새 용비어천가가 가능합니다. 금새 작품의 진의를 가리는 장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작가는 반드시 비평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작품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지켜야 하니까요.
여러분의 작품은 최고입니다.
비평받으면 수긍하지 말고 확 받아치셨음 좋겠습니다. ㅋㅋㅋ. (물론 서로 예의는…)
5. PS
근데 이 작품은 정말 프로이트 & 라캉식 분석이 절묘하게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아무말 대잔치 농담처럼 만들긴 했지만, 실은 이런 것도 [각이 딱 나와야] 리뷰하는 거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전혀 없는 말을 지어낼 수는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떽뚜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워낙 선명하니, 그 위에 장식을 얹기도 쉬웠습니다.
뭐라고요?
전부 설계였던겁니까?
정말? 처음부터?…
브릿G 최초의 19 환타지.
또 하나의 우주대명작을 만든 김줴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후… 누구는 죽어라 짱구를 굴려도 힘든데…
정녕, 이것이 재능의 벽인가.
천줴.
그리고 그 위에 김줴……ㅠ
(솔직히 고백하면 프로이트는 책으로 여러 번 접했지만, 라캉은 직접 읽은 내용보다 문학비평에서 접한 설명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면 꼭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