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 살인을 완성하기까지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도리 (작가: 위드, 작품정보)
리뷰어: 쁘띠캐롯, 19년 6월, 조회 88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읽으신 분들만 읽어주세요~

 

“흉악범들에 의해서만 자극되는 도리의 살인욕구” 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법이 심판하지 못하는 놈들을 처형하는 얘기 앞에선 언제나 응원하는 마음이 되거든요. 연쇄 살인마의 이름은 도리입니다. 살인마의 이름치곤 귀여운걸 이라고 생각했다가 여기의 도리가 理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1.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바른길, 2.어떤 일을 나갈 방도.”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결과를 보니 도리라는 인물에 절묘하게 들어맞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그의 성이 장씨이고 보면 더더욱이요. 목적으로도 도구로도 해석될 수 있는 살인마 도리. 그가 풀어놓을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도리는 처음 불의를 보고 참지 못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같은 반의 세 학우가 그보다 약한 아이 하나를 둘러싸고 괴롭히는 광경이었지요. 보통의 아이들은 무서워서 외면하고 또다른 보통의 아이들은 호기심에 흘끔흘끔 훔쳐볼 그 광경 앞에서 도리가 선택한 행위는 꽤나 과격했습니다. 가장 덩치 큰 녀석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유리창에 갖다 박아버렸거든요. 경악한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리고 선생들이 놀라 달려올 때까지 도리는 꽤 침착한 마음으로 상황을 분석하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후로도 이와 같은 분노 또는 욕구라 할만한 게 끊임없이 도리를 달구었고 종내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확증적 범죄자들. 죽어 마땅하나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 이땅에 얼마나 많던가요? 뉴스와 기사를 접하며 우리가 울분을 울분으로만 끝낼 때 도리는 공구통을 들고 집을 나섭니다. 소설의 첫머리에 죽어나간 놈 또한 죄없는 여자와 여자의 어린 아들을 죽인 살인범이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화제의 사건을 전해들은 도리는 파트너 J에게 정보를 구해 녀석을 심판합니다. 약간의 위기가 있었으나 무사히 성공에 쉼표를 찍고 아무 죄책감 없이 또한 가라앉은 욕구로 평화로운 마음을 얻은 채 돌아온 일상. 의사인 아버지와의 저녁, 아르바이를 하며 사귀게 된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도리가 체포될 징조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더군요. 다행스럽게도 말이죠. 그리고 또다시 물망에 오른 표적, 그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느낌입니다.

연재편수 10, 200자 원고지 262매 분량까지 올라와 있는 소설이에요. 도리의 살인욕구와 욕구를 자극하는 대상, 대상자가 선택되는 일련의 과정과 살인장면이 연재분의 주요 내용입니다. 가독성이 좋아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술술 읽히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꼭 하나, 불만을 꼽자면 이제 막 위기로 들어가는 초입 같은데 너무 많은 정보가 벌려져 있다는 거에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긴장이 진하게 묵혀질 여지없이 작가님이 답을 지나치게 빨리 주고 있지 않은가.. 밥상 머리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던지는 말, 눈빛, 태도.. 어딘지 석연치 않은 부자 관계가 줄 수 있는 긴장감 1.  모니터 안에서만 마주하는 살인 파트너 J의 정체가 줄 수 있는 호기심과 호감, 미스테리 2. 기이한 도리의 살인욕구 뒤에 숨겨진 비밀 3. 사랑하는 남자의 숨겨진 사생활에 애가 타는 연인의 의심 4. 보통의 소설에서는 중반부터 시작해 반전처럼 제시될 소재의 해답이 아무런 장애없이 또 아무런 갈등없이 마구 쏟아져요. 독자가 심정적으로 어떤 인물에도 공감하지 못할 때 제시되는 정보인만큼 인물들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데는 도움이 됩니다. 어찌됐든 살인마, 반사회적 인물인 도리와 그의 파트너에게 독자가 정도 이상으로 몰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작가님이 생각하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작품을 쥐고 끙끙 앓는 시간이 1도 없이 제시되는 비밀은 독자 입장에서 별 가치가 없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주인공이 독자 앞에서 너무 솔직하지 않았으면, 솔직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었으면, 밀당 좀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입니다.

약간의 우려 섞인 리뷰가 되고 말았는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가독성도 좋고 재미있어요. 다음 편부터는 도리가 7번째 표적에 다가가겠지요? 직업이 교주이니만큼 여태의 표적들과는 달리 살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좌절은 참을 수 없지만 주인공의 좌절은 환영하는 바이기에 그가 악전고투를 겪으며 훌륭한 심판자로 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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