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엄마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에게…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월요일에 돌아올게 (작가: 설령, 작품정보)
리뷰어: 잭와일드, 19년 6월, 조회 47

<월요일에 돌아올게> 보면서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떠올랐다. <돼지책> 가끔 딸아이에게 읽어주는 그림책인데, 내가 직접 기억은 없는걸 보니 아마 아내가 선택한 책인듯 하다. 그림책의 특성상 이야기가 단순하고, 아이에게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주다보니 물린다는 이유로 내가 선택해서 딸아이에게 읽어주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선뜻 선택하지 못한 데에는 책의 내용도 무관하지만은 않았던 같다. <월요일에 돌아오게>처럼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괜한 자격지심이 작용한 결과였던 걸까?

<돼지책> 표지에는 책의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엄마가 남편과 아이를 엎고 있는 모습엄마 등에 업힌 남편과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고 우리는 미소에 주목한다. 하지만 아래서 한눈에 보기에도 버거워보이는 남편과 아이들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아내이자 엄마의 표정을 우리는 쉽게 지나치곤 한다. 표지는 집안일은 당연히 여자의 일이라는 고정관념과 가사노동을 하찮게 보는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부과된 희생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주 중요한 회사 다니는 아빠와아주 중요한 학교 다니는 아들은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내와 엄마에게 빨리 밥을 달라고 요구하기만 한다. 모든 집안일은 엄마 혼자의 몫이 되고 결국 견딜 없었던 엄마는 쪽지 장을 남기고 집을 나가 버린다. “너희들은 돼지야.” 아내와 엄마의 부재로 집은 돼지우리가 되고, 세남자는 점차 돼지가 되어간다.

<82년생 김지영>에서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근거로 객관적으로 재현해낸 지극히 평범한김지영씨 평균적인 삶은 독자들에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보편적 체험이자 삶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보편적인 일상이 얼마나 차별적이고 불합리한지 깨닫게 해준다. <월요일에 돌아올게> 아내의 갑작스런 부재, 그리고 그렇게 될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남편이 추적해가는 형식을 취한다. 맞벌이를 하며 이제 돌을 지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서른넷의 동갑내기 결혼 3년차 부부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극중 아내의 행적을 주시하게 만드는 이유는 주위에 같은 고민을 했던, 지금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부정적 의도가 담기지 않은 무심함이 아내의 변화를 초래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평범한 남자들은 여자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는 것의 고충을 진정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안의 소소한 규칙, 약속,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는 <82년생 김지영> 구절이 떠오른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가시화되고 권력화된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악의 없는 무심함, 선의로 포장된 무례가 누적된 결과가 아닐까?

이제 오랜만에 <돼지책> 다시 꺼내들어야겠다. 그리고는 아빠와 아이들이 아닌 엄마의 관점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야겠다. 엄마와 아내로서의 , 이전에 여성으로서의 삶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지지한다는 의미로누군가의 , 누군가의 엄마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 그리고 극중윤서영 삶에도 행복이 깃들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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