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둠 속에서 잡아줄 손이 있다면 – 브랜디쉬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브랜디쉬 (작가: 유월, 작품정보)
리뷰어: 아이버스, 19년 6월, 조회 86

(이 리뷰는 1부 32화를 모두 본 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비평보다는 전체적인 감상을 중심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1부 완결 축하드립니다. 작품을 먼저 보시고 이 리뷰를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로맨스는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서정미를 자극하는 장르입니다. 사랑이 꽃피는 장소는 어디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게  심지어 끔찍하고 세기말적인 분위기라 해도, 그 아득한 무간지옥 속에서도 꽃은 피어 아름답게 빛난다 생각되니까요.

저는 이런 로맨스가 장르에 편식되어 국한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같은 경우는 조폭과 느와르라는 분위기에 퀴어 로맨스를 집어 넣어 보고 있으면 그 감정선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아가씨>에서는 두 여성의 사랑을 억압된 공간에서의 해방으로 표현하는 사랑으로 표현햇습니다. 이렇게 로맨스랑 장르는 타 장르와의 멋진 결합을 통해 얼마든지 아름답게 피어날 잠재능력이 무궁무진하다 생각합니다.

<브랜디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분위기를 표방하는 GL장르입니다. 여성간의 로맨스를 표방하는 판타지 장르로 무대를 세운 거에 흥미를 돋우는 소재입니다. 저는 우선 읽기 전 2가지를 기대했습니다. 첫 번째는 얼마나 이 세계관을 잘 버무렸는가. 그리고 둘 째로 이 로맨스의 섬세함과 세밀함을 잘 묘사했는가입니다.

이 작품을 읽어나갈 때 첫 번째로 눈 여겨 볼 점은 분위기입니다. 이 작품은 성령과 교회가 이 작품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치 중세 유럽을 생각하게 만드는 분위기입니다. 프랑스어가 작품 곳곳에 나타나는 점도 중세 유럽을 생각나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저는 특히 [권능은 빛으로서 증명되리라]의 재판부분이 특히 이런 향기가 짙게 들어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중세 시대 하면 이성보다는 종교, 마녀사냥, 교회 같은 요소를 떠올리게 되는 데, 이런 요소를 쏠쏠하게 떠올리는 요소가 작품 곳곳에 들어가 있어 몰입하게 해 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작품 내부의 세기말로 치달은 어두운 분위기가 중세 유럽풍 느낌과 잘 어울렸습니다.

다만 이런 요소 때문에 갑자기 작품 곳곳에 나오는 자동차, 수류탄, 로켓 같은 소재는 너무 현대적이라 글을 읽다가 너무 위화감이 드는 요소는 있었습니다. 작가분께서 설정이 변경되었다는 언급을 하셨다고 하셔서 이해는 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옥의 티 같았습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역할은 주인공의 아웃사이더 같은 모습을 부각시킵니다. 주인공 브렌힐트는 탐험가입니다. 다만 그 일은 모두가 꺼리는 일입니다. 그녀가 이 일을 한 건 간단합니다. 누구도 이 일을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데다 그녀가 문맹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없고 힘이 없는 그녀는 이 분위기의 희생양처럼 그려집니다.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고 떠돌아다닐때 한층 비참함을 더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그녀의 파트너인 엘루는 그런 의미에서 2번째로 눈 여겨 봐야 할 요소입니다.  저는 이 엘루와 브렌힐트의 묘사를 굉장히 섬세하게 그리려 노력한 작가분의 노력이 많이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로맨스 장르에서 사랑하는 대상은 동등한 입장에서 서야 그 재미가 커진다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엘루와 브렌힐트는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 차이를 어떻게 메꿔 가는 이 부분에서 큰 재미를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브렌힐트와 엘루는 굉장한 신분차가 있지만 외관상으로 차별을 둘 뿐, 작품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서로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가깝고 정밀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시작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신뢰에서 그녀의 정성어린 간호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처음엔 그녀의 의도가 뭔지 잘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본문에서 점차 브렌힐트와 엘루가 점차 신뢰에서 애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절정에 이르는 지점은 바로 파국으로 치닫는 이별에서 감정선이 터질 때  느껴졌습니다. 작가님은 이 부분이 많이 지루하다 했는데 저는 오히려 그 과정을 꼼꼼하게 묘사를 해서 마지막에 엘루와 브렌힐트의 콤비 플레이를 잘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디쉬>는 세상이 등을 돌려 버린 ‘자매’란 소재로 만들어진 독특한 전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공동체 속에 아웃사이더 같은 주인공, 고난을 겪고 위기에 빠져나와 자신의 비밀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함의 극치로 그려지지만 그 순수함 속에는 독자를 살며시 때리는 비밀들이 하나씩 숨겨져 있습니다. 엘루와 브렌힐트의 섬세한 로맨스와, 드러나는 흑막을 눈 여겨 보며 작품을 읽어 나가면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 32편이나 되는 작품을 금세 읽어버리는 여러분을 발견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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