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선을 넘지 않을 뿐입니다. – 도리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도리 (작가: 위드, 작품정보)
리뷰어: 아이버스, 19년 6월, 조회 101

(이 리뷰는 6화까지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작품의 비평보다는 전체적인 감상을 중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범석의 [오발탄]에는 남동생 영호와 주인공 철호가 대화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6.25 전쟁의 혼란한 시절, 주인공의 남동생은 참전 용사입니다. 그는 법도도 윤리도 양심도 선 하나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마치 나이롱 고무줄 같이 그저 넘어버리면 된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형에게 잘 살고 싶으면 선 하나만 넘으면 된다는 말을 쉽게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권총강도를 저지르다 잡혀가게 됩니다. 그때 한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잠시 여기에 인용해보고자 합니다.

“형님, 미안합니다. 인정선에서 걸렸어요. 법률선까지 무난하게 뛰어넘었는데. 쏘아버렸어야 하는 건데.”

네, 선이란 쉽게 넘어버릴 수 있는 거에 비유하지만 우리는 하나를 쉽게 넘어서길 꺼려합니다. 애초에 선은 무언가를 구별짓습니다. 그걸 넘어가는 순간 이전에 모든 것이 변화될 거라는 우리의 두려움에서 출발한다는 심리적 압박도 작용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남에 대한 원망을 느낄 때 ‘죽여버리고 싶다’ 생각하지만 행동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라고도 생각합니다.

작품 [도리]는 쾌락살인마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쾌락살인마라 하면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무절제하게 자신의 욕망을 위해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사악함이 물씬 묻어나는 존재를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쾌락살인마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선을 철저하게 지키는 인물입니다. 쾌락을 추구하지만 그 선을 인륜을 저버린 흉악범에게 풀어버린다는 거죠.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흉악범에게 풀어버리기 위해 같은 욕망을 가진 J라는 의문의 인물과 함께 동조합니다. 그들의 범행은 매우 치밀합니다. 정보를 수집해 미행을 하고 방문해 습격해 끔찍한 고문 후 살해를 합니다. 그리고 뒷처리를 치밀하게 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그 살해 후 그의 치밀함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살인 장면은 일부분이 생략되어 있지만 섬뜩합니다. 저는 이 선택이 아주 좋았다 생각합니다. 쾌락살인마의 치밀함과 잔혹함을 보여주는 데 살인 장면을 고어테스크하게 묘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일부분만 보여주고 그의 다른 행동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유도하여 고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분들에게 상상력 만으로 하는 것도 충분히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니까요. 그리고 그건 범인이 표적으로 정할 때마다 갖고 다니는 여러 표적들의 물품으로 그려집니다.

이 작품은 분리와 단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배여 있는 작품 같습니다. 특히 두드러지는 건 아버지와 도리의 관계입니다. 아버지와 도리는 서로 밥상 자리에서도 말 한 마디 잘 하지 않습니다. 물론 다 큰 성인끼리도 활기 차게 대화를 하지 않긴 하지만 그들은 마치 서로 남남인듯 서로를 구별짓습니다.

이는 도리의 과거 회상에서 잘 나타납니다. 도리가 아버지인 범유와 선이 그어져 있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선을 넘어가는 순간 무언가가 잘못되리라는 걸 알기에 선을 넘어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이후의 전개를 기대해 봐야겠습니다만, 도리는 이 리뷰를 쓸 때는 6편밖에 등장하지 않았기에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풀어나가며 몰입할 수 있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재가 많은 작품입니다. 아버지와 도리의 관계. J의 정체. 단절되고 분리된 선들. 쾌락살인마지만 분명한 원칙. 이런 하나하나를 염두하고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다음편이 궁금해져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시는 여러분을 발견하리라 생각됩니다.

흔히 선을 넘는다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그저 하나의 선인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느낌에 망설임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묘한 긴장감과 단절, 그리고 살인마의 이야기가 다채로운 작품입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