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좋지 않던 날에 눈 앞이 흐릿한 와중에도 거침없이 스크롤을 내리게 한 멋진 작품입니다.
글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고딕 호러와 재치 넘치는 글이 만나니 이리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재미있는 소설이 되겠습니다.
이 글의 장점 첫번째는 역시나 잘 읽힌다는 점입니다.
고딕 호러를 쓰시는 작가님들은 글의 분위기를 잡는 데 공을 많이 들이시는데 그러다 글 분위기 자체가 너무 침울해지거나 지나치게 무거워진 서두에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성미가 급한 독자분들도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글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흥미의 끈을 잃지 않도록 제 눈을 능숙하게 잡아 끕니다.
글의 분위기 자체는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의 분위기가 많이 나는데 작가님이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으신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작품 전체에 흐르는 기괴한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역시 마임맨!!!
처음 제목부터 관심을 끌더니 글에 등장하면서부터는 마임맨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빠져서 미리 본 글의 매수가 다 읽기도 전부터 아쉬워질 정도였습니다.
어디에 달린 건지도 불분명한 실에 매달려 내 행동을 본대로 따라하는 꼭두각시 인형이 내 질문에 답을 한다고 생각하면… 예전에 보았던 명작 공포영화 ‘데드 사일런스’가 떠오르는 섬뜩한 장면인데, 작가님은 그 자체의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보다는 정체모를 공간에 갇힌 청년의 탈출기로 이끌어갑니다. 이런 이야기의 흐름 또한 신선해서 무서운 분위기를 내려고 글에 많은 걸 싣는 것보다 훨씬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마임맨의 주는 힌트를 따라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있는 서고를 빠져나가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청년의 긴박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아 작가님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아는 분이다’ 라는 생각이 제 뇌리를 번뜩 스치게 되더군요.
사실 오늘날 호러나 스릴러같은 장르문학에서 어떤 신선함을 찾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에 파묻혀있다 보면 매번 등장하는 이야기의 반전에 익숙해져버린 저 자신을 보게 되지요.
다른 독자분들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부족한 글솜씨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는 저에게 가장 어려운 고민거리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그럴 때마다 어디선가 툭 튀어나오는 ‘마임맨’들은 제게 호러문학의 한계는 없다는 것을 비틀비틀 기괴한 움직임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개인적인 바램은 이 괴이하고 불길하며 너무나 매력적인 ‘마임맨’이 한 작품으로 서고의 뒤로 사라지지 않고 장편이나 옴니버스 스토리의 방식으로라도 더 등장하면 어떨까하는 건데 더 이야기하면 작가님께 압박을 드리는 것 같아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과연 하룻밤 쉬운 돈을 벌어보려는 청년의 생명을 위협했던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슈브, 니구라스!’ 를 외치며 불운한 희생자를 찾아 헤매고 있지 않을까요?
답은 작가님만이 아시겠지만 이 이야기가 주는 단편 호러의 재미와 매력 넘치는 캐릭터는 향후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대를 마구마구 키우게 해 줄 것입니다.
어둠속에서 내 행동을 따라하고 있는 마임맨의 기묘한 얼굴을 상상해보시면서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