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벚꽃맛 간장, 드디어 출시!’는 음모론에 충실한 세계관과 유행이라는 소재가 결합된 소설입니다. 이런 종류의 소설의 매력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반쯤 억지로 뻔뻔하게 결합하면서 나타나죠. 그런 점에서는 이 소설은 합격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벚꽃 제품 음모론을 시종일관 밀고나가는 그 모습에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물론 전개가 예상이 가능하긴 했지만 예상에서 벗어나면 특유의 쌈마이한 분위기가 사라지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도 독특한 점은 있습니다. 그건 끝까지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기업, 국가, 매드 사이언티스트, 유명인처럼 구체적인 배후 대신 모든 게 비밀에 싸인 인물이 등장합니다. 선대(?) 벚꽃 유행 반대론자들과 대담한 내기를 하고 승리를 거머쥐어 하수인으로 만든 존재말이죠. 솔직히 이 부분은 흥미로웠는데 현실의 요소 대신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악마나 벚꽃 세계의 권력가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마지막 문장을 읽고나서 상당히 이런저런 상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의심쩍은 부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선 드는 생각은 벚꽃 유행 반대론자들을 공격한 이유입니다. 반대론자 대부분 재미로 시작했습니다. 벚꽃 제품 때문에 가족을 잃거나 누군가와 이별을 한 원한 따윈 없습니다. 따라서 내버려둔다고 해서 그렇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런 장난스러운 음모론은 인터넷에 넘치니까요. 반짝 음모론이 퍼진 다음 금방 꺼졌겠죠. 하지만 ‘체리 블라썸’은 굳이 반대론자들을 공격하면서 그들에게 명분을 주었습니다. 결집을 강하게 하고 더욱 극렬하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선대 벚꽃 유행 반대론자도 그러했죠. 영향은 커녕 오히려 벚꽃 유행이 자발적인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굳이 건들이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해산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굳이 내기까지 하면서 끌여들었죠. 생각해보면 자신들이 한 때 그러했기에 현재의 반대론자들의 심리를 더욱 잘 알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방관을 했다는 건 여러모로 의심쩍죠. 또 직원들마저 얼굴까지 알 정도면 국가에 압력을 통해서 주거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정보를 상세하게 분류하고 조사하는 국가니까요. 하지만 온갖 대기업과 미디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도 굳이 그러지 않았습니다.
보안이 너무나 쉽게 뚫린 점도 상당히 의심스럽죠. 거기에 간부는 그걸 또 알기 쉽게 USB에 담고 있지 않나, 또 실패한 것 같다고 굳이 그동안 진행된 사항을 죄다 불어버린 점도 그러합니다. 물론 이 점은 그들이 선대 반대론자라는 걸 생각해보면 의도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벚꽃 유행에 휩쓸리는 현실에 대한 좌절과 취업을 하기 위해서 수상한 인물의 하수인으로 일을 했지만 그의 마음에는 아직도 정의(?)의 마음이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도청장치가 있기에 대놓고 적대적일 수는 없기에 저렇게 말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전부 제 추측이지만요.
어찌되었든 이런 저런 수상한 점을 종합해보면 하나의 결론이 나게 됩니다. 벚꽃 세계의 지배자는 없다는 결론 말이죠. 수상한 남성은 벚꽃을 통해 우리 세계를 지배할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기업이 터졌다고 해도 너무 빠르게 유행이 스러진 걸 생각하면 오히려 세계 정복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그저 때마침 계절에 따라 유행을 타는 소재를 잡고 하나의 구도를 만든 거라는 게 더 타당합니다.
수상한 조직과 그걸 파헤치는 결사단!
벚꽃을 위한 음모가 아닌 음모를 위한 음모. 숨은 권력가가 우리 세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음모를 퍼트리기 위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상당히 그럴듯하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작품 내에서 전개되는 사건의 규모가 미묘하게 작았습니다. 그게 지나치게 눈에 띄지 않으면서 음모론을 위한 음모론을 퍼트리기 위해서라면 어떨까요? 동료와 적들 모두 이수현을 음모론자로 만들기 위해 특정 조직에 소속된 배우라면? 그리고 그렇게 조직에게 속아 넘어간 자들이 사회 곳곳에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엇을 위해서 음모론자들을 만드는 걸까요? 그건 조직원들이 아닌 이상 알 수 없지만, 그게 무엇이든 음모론자들이 퍼진 상태에서 작은 계기만 주어진다면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거란 사실입니다.
이런 음모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 소설은 널리 읽혀질 필요가 있습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음모론을 위한 음모론을 막기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아니 당신들 누구야! 우리 집을 어떻게 알고…/
소설은 소설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