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와 이능력의 상관관계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탐정과 은하수의 상관관계 (작가: 난새, 작품정보)
리뷰어: 렝고, 19년 4월, 조회 115

최근의 서브컬쳐 계열 창작물들은 Superpower라는 말을 나타내기 위해 ‘초능력’이라는 단어 대신 ‘이능력’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두 단어 사이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초능력이라고 하건, 이능력이라고 하건 간에 슈퍼파워라는 소재는 매력적인 소재로 다가옵니다. 당장 최근의 영화 시장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대부분 초능력, 혹은 서브컬쳐적으로는 ‘이능력’을 사용하는 – 특히 마블 사 계열 – 히어로물이 비율도 높고, 상업적으로 수익을 많이 내고 있죠.

이 이능력이라는 소재는, 불행하게도, 추리소설에서는 그다지 각광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미스터리의 배경을 최대한 현실과 가깝게 해서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의도도 물론 있겠지만, 과거의 추리소설 작가들이(주로 서구권 종주국의 작가들이었죠) 자신의 추리소설의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과장되게 어필하기 위해서 마법 내지는 주술 등의 소재를 추리소설에 마구잡이로 끌어들여 독자들과의 정당한 두뇌싸움이라는 규칙을 어기고, 납득이 불가능한 결말을 많이 만들어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금기시되는 측면이 강합니다. 오죽하면 ‘녹스의 10계’로 유명한 로널드 녹스라는 추리소설 작가는 자신의 10계에 초자연적인 수단과 중국인을 계명을 나눠가면서까지 금기로 두었을까요. (왜 하필 중국인인가 하면, 당시 유럽 작가들이 ‘신비스러운 동양, 아시아의 이미지’를 소비하며 동양인들을 서양인과 생김새가 달라 속을 알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주술을 사용하는, 음험한 존재로 그려내고 그 대표로 중국인을 내세우는 작품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시각이죠.)(출처)

하지만 이러한 법칙, 또는 금기는 퍼즐 추리소설(또는 정통파, 본격 미스터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을 벗어나는 추리소설들 – 예를 들면 서술 트릭을 사용한 소설이라든지 – 을 통해 차츰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마법 내지는 초능력에 관한 조항도 예외는 아니지요. 마법 내지는 초능력에 관한 조항이 무너지는 건 현대 일본 서브컬쳐 계열의, 혹은 서브컬쳐 계열의 영향을 받은 미스터리에서 크게 나타납니다. 서브컬쳐 계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지만, 『수수께끼는 저녁 식사 후에』 시리즈로 유명한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가는 『마법사는 완전범죄를 꿈꾸는가』라는 작품과 그 후속작인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으로 마법과 미스터리의 접목을 시도한 바가 있습니다.

 

서문이 길었습니다만, 난새 작가님의 「탐정과 은하수의 상관관계」는 「탐정과 아이돌의 상관관계」에서 이어지는 “여고생 탐정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상관관계 시리즈’로 부르고 싶지만, 작가님의 공식 명칭을 존중해야겠죠.) 때문에, 은하수 편을 완벽히 이해하고 싶다면 아이돌 편을 먼저 읽어보셔야겠죠?

“여고생 탐정 시리즈”의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바로 ‘이능력이 존재하는 세계관’이겠죠. 이능력이라는 소재를 통해 가볍고 밝은 작품 분위기를 내내 유지하는 게 특징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서브컬쳐 계열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인 만큼, 추리소설에 이능력이라는 소재를 합치는 건 신선하고 즐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여고생 탐정 ‘연화루’의 캐릭터성이 개성있게 잘 드러나고 독자들이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장점입니다. ~슴다체를 사용하며 사건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귀여운 화루의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손에 과자라도 쥐여주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화루의 캐릭터성 또한 작품을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유지시켜줄 수 있는 요소기도 하죠. 거기에 ‘은하수’ 편에는 “1억 2천 모두 현금이다” 라든가,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었다” 등의 서브컬쳐 계열의 유머도 등장하는 등,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살인사건이라는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하여 작품의 분위기를 어둡고 무겁게 가져가는 게 기본이며, 심지어는 괴기소설의 요소까지 차용하며 음침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빙과』를 비롯한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고전부 시리즈” 등의 ‘일상 미스터리’ 계열 작품은 살인사건이라는 미스터리의 필수요소로 취급되는 사건을 작품에서 배제하고, 어디까지나 “일상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사건을 만들어냄으로써 독자들이 ‘읽기 쉬운’ 추리소설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이런 작품의 다른 예시로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 시리즈(이 경우는 ‘일상’이라기엔 무리일지도 모르겠네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난새 작가님의 “여고생 탐정 시리즈”는 살인사건이 등장하면서도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유지됩니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화루라는 존재가 큰 역할을 하고 있죠. 언제라도 강인한 모습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사건 현장을 조사하며 다닐 화루라는 캐릭터의 조형만큼은 정말 잘 되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먼저 “여고생 탐정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아이돌’ 편을 보면, 세계관에 이능력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능력에 대한 설명, 예를 들어 이능력이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해서 정보를 많이 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단편이면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능력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았다가는 글의 몰입감을 해치고, 쉽게 질리게 만들 수 있으니 꼭 나쁜 결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능력을 주요 소재로 차용하고 있는 작품이라면, 적어도 시리즈의 첫 번째 단편에서는 전반적으로 무엇이 있는지 설명을 해줘야 독자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초능력 내지는 이능력이 다른 창작물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한들, 다른 세계관을 빌려 2차 창작을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다면 자신의 세계관에서는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 때문에, 아이돌 편에서는 사건에 사용된 트릭도 너무 간략하게 설명되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퍼즐 추리소설 내지는 본격파 미스터리 관점에서 작품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관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데에 실패한 점 때문에 유난히 트릭을 독자들에게 ‘설득’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설명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점 말이지요.

 

두 번째 작품인 ‘은하수’ 편에서는 이 세계관 설명 부족 문제는 다소 해결됩니다. 왜냐하면 시공간 계열 이능력자인 ‘번제린’의 도움으로 시간을 넘어 과거의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 되어, 이능력 ‘자체’가 사건에 개입하는 비율이 극도로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고생 탐정 시리즈” 내내 어떤 방식으로 이능력이라는 요소가 등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은하수 편 한 편만 두고 봤을 때는 큰 문제점은 아니지만, 좀 더 큰 그림을 봐서 시리즈 전체를 보면 이렇게 설명이 생략되는 것은 다소 좋지 못한 흐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아이돌 편보다 발전한 글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추리소설로서 손색없는 말끔한 전개, 역시 뚜렷이 드러나는 반제린의 캐릭터성, 그리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형식이 갖춰진 트릭까지. 전체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라파엘의 캐릭터성, 그리고 아이돌 편에서만 등장하는 화루의 스승님 ‘레아’ 등의 특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마이너스 요소가 되었습니다. 미스터리적인 요소에만 치중하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화루에게만 이런저런 설정이 많이 붙어, 편애 수준까지 생각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여고생 탐정 시리즈”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미스터리 소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능력의 등장은 물론이거니와, 라이트한 독자를 노린 듯 작가와 독자 간의 두뇌싸움에 있어서는 간단히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난이도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난새 작가님의 단편들을 폄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고생 탐정 시리즈”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인 작품이며, 난새 작가님의 작품활동과 성장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당장, 아이돌 편과 비교한 은하수 편에서의 발전도 위에서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저로서는 이 “여고생 탐정 시리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귀여우면서도 누구보다도 믿음직한 탐정인 화루의 모험담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이제 두 계절 남았다는 작가님의 말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요. 저는 난새 작가님이 앞으로 미스터리적인 측면에 있어서 더 발전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 빌딩 등의 능력은 의심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세계관보다도 먼저 화루라는 탐정을 생각한 것 같을 정도로요. 세계관이나 주변인물이 빈약하단 의미로 읽힐 수도 있지만, 저는 그보다는 화루의 캐릭터 빌딩 능력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제 두 계절 남은 “여고생 탐정 시리즈”의 결말이 정말 궁금합니다. 그리고 끝난다면 더욱 아쉬울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고생 탐정 시리즈”가 끝난다고 한들 난새 작가님은 계속 집필을 이어갈 것이며, 더 좋은 미스터리 소설을 써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화루의 모험을, 그리고 난새 작가님의 활동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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