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요. 참 그렇습니다.
경기도라는 게 참 그렇죠. 늦은 밤에 택시를 잡으려 해도 지역에 따라 안 받아 주는 곳도 있고. 잡는다고 해도 택시비는 더럽게 비싸고. 차라리 밤의 즐거움을 뒤로 하고 아쉽지만 제 시간에 막차를 타서 집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안전하고 편하게 하룻밤을 묵을 친구네 자취방 같은 게 없다면 말이에요.
사실 밤에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아침은 또 다른 의미로 참 그렇죠. 서울에 다가갈 수록 하나둘씩 늘어나는 탑승객. 점점 비좁아지는 열차. 또 늘어나는 탑승객. 이쯤 되면 메신저가 울려도 핸드폰을 들여다 볼 공간적 여유도 없고요. 하지만 탑승객은 계속 늘어납니다. 그러다 보면 탑승지연과 끼임사고는 늘상 있는 일이 되고요. 그러면 또 연착.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리다가 양계장처럼 사람으로 가득 찬 열차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뭐랄까, 참 그렇죠.
그래도 아침은 어느 정도 버틸만 한 것 같아요. 전날 늦게까지 술 먹고 쓰러진 게 아니라면, 아침이다보니 체력은 남아 있잖아요. 일과 시간 동안 체력을 잃고 난 뒤의 붐비는 퇴근길은 참…… 그렇죠. 서가에 억지로 구겨 넣은 책처럼 낑겨 있다 보면 ‘저녁이 있는 삶’의 저녁이란 게 이런 거였나 싶고. 혹시 그 와중에 아는 사람과 눈 마주친 경험이 있나요? 그것 참 그렇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하철이라는 소재는 참 인간적인 것 같습니다. 아무렴 인간으로 꽉꽉 들어차 있으니까요. 아마 사람의 잔념이 사물에 남는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지하철에는 이미 어마어마한 잔념들이 떠돌고 있겠죠. 이 소설의 공포도 거기서 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적이어야 하는 공간이 비인간적일 때 마주하는 이질감. 그리고 어쩌면 집에 못 간다는 공포.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양이가 사라진다는 공포. 어휴, 너무 끔찍하군요.
이건 개인적인 감상인데, 저라면 결말에서 다시 들어오는 지하철을 무서워서 못 탔을 것 같습니다. 이번엔 정말 다른 별세계로 가 버리면 어쩌겠어요. ‘^$#%(*&!구조공단’이라니 그다지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이름은 아니기도 하고요. 물론, 주인공에겐 이제 별 상관 없는 일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