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가 완료되고 나서 작성하는 리뷰라서 그런지 다소 떨리네요. 중반부 이후로 결말부까지 모두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로 구성되는 특징이 있는데, 전반부,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일관성 있는 톤이 후반부에서는 생각지 못한 양상으로 흘러간다고 느꼈습니다. 중반부 이전에 느꼈던 즉흥적인 전개가 아니냐는 생각은 사라졌습니다. 후반부는 비교적 잘 짜여진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최병호의 뺑소니로 인한이 죽게 되자, 인한은 최병호의 딸을 협박함으로써 혜란을 최병호의 위협을 미리 방지합니다. 따라서 인한은 무사히 그녀와 데이트를 하고 연애관계를 맺게 되지만 이번엔 둘에게 원한이 있던 고우진의 피습으로 인해 혜란이 사망합니다. 이를 통해서 자신이 죽으면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가 사망하면 꿈(과거)에서 깨어난다는 법칙이 확실시 됩니다. 혜란을 죽인 고우진은 연쇄살인범에게 당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상황을 돌이키려 할수록 악화된다는 것을 깨달은 인한이 두번 다시 과거를 바꾸지 않겠다고 마음 먹는 장면까지가 아마 원래의 설정에 포함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수면제에 대한 비밀을 들으려는 순간 등장한 빨간색 외관에 얼굴에는 가면을 쓴 남자인데요, 이후부터 사실 좀 혼란스럽습니다. 서브 컬쳐에서 나올 법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이런 캐릭터는 초반부터 살짝씩 언질을 주는 게 보통인데 극 중간에 괴도 루팡처럼 갑자기 등장했지요. 세일러문에 등장하는 빨간 장미를 단검처럼 던지는 턱시도 가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티나게 빨갛다는 것도 너무 시선을 끕니다. 강렬한 캐릭터성으로 인물의 존재 의의를 대신하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도 되었고요. 이 빨간 인물이 프라이데이라고 했던가요.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서 극을 진행시키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넣기로 한 캐릭터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극은 프라이데이 등장 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후부터 살인광인 프라이데이와 인한이 함께하기 때문인데요, 프라이데이는 살인광이지만 인한을 자극하고 괴롭히며 그를 단련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극의 상당 부분에 프라이데이는 막대한 영향을 가진 셈입니다. 인한이 무자비한 복수의 화신이 되게끔 유도하지요. 과거로 돌아가고 바꿀 수 있다는 설정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프라이데이와 인한의 관계에 극이 치우치면서 타임리프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 프라이데이 때문에 이후의 반전들과 이야기의 임팩트가 숨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프라이데이라는 캐릭터는 인한의 고뇌와 판단으로 이끌어야 하는 극을 프라이데이의 공으로 돌려버립니다. 인한이 무슨 짓을 해도 이건 다 알고 보면 프라이데이의 계략이야! 가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저는 이 인물에게서 어떻게든 극을 마무리 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보았습니다. 결말부까지 모든 결론을 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의 개성을 모두 눌러버리는 강렬한 붉은 외관의 프라이데이여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흑막이 있다고 해도 최병호 정도의 평범함이면 안되었던 걸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프라이데이의 등장은 마치 나스 기노코의 공의 경계를 보고 있는 것처럼 너무 튑니다. 살인의 추억이나 여타 스릴러 영화를 보더라도 범죄자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은신하고 있지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프라이데이 등장 전과 후의 작품은 전혀 다른 장르의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3번째 파트를 맡으신 분은 속도감 있는 결투 씬이나 심리 묘사에 탁월하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 인물에 극의 흐름을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어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