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어떠한 협박, 강요에 의해 쓰여지지 않았습니다. 김휘빈 님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가 있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특수능력: 어떠한 영화도 재미있게 만드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글에 집중하기 귀찮아집니다.
우리는 그동안 태초의 빛과 어둠이 있었고, 신과 마신 혹은 그에 준하는 이들이 싸워 인간계가 생겼다는 시작을 충분히 많이 읽어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확하게 어떤 이야기가 나오냐고 하면 그 뭐더라 하여간 있었는데 싶지만 하여간 많이 읽었다고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 말이죠.
잠시 그렇게 프롤로그로 끝난 수많은 글을 위해 묵념을 보냅니다.
하지만 제목을 본 순간, 우리는 어떠한 배신을 기대하면 들어오고, 준비되어 있는 배신을 당해 즐거워합니다.
브릿G, 제 크롬창 기준으로 정확하게 5번째 줄에서 클리셰가 선언되며, 우리는 무능한 국가의 문제 해결을 위한 외주 진행 상황을 보게 됩니다. 이 또한 충분히 많이 읽은 이야기죠. 작품 내부에서도 그 부분을 지적합니다. 독자 보다 훨씬 능수능란하지요.
흔히 용은 문제의 비유입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시간, 어려움 등을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누가 이렇게 비유하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것을 얻기 위한 어려움이 자기 전 이닦기나 화장실 다녀온 후 손 닦기라면 너무 쉽다고 생각했겠지요. 물론 특정 계층에서는 매우 어렵다는 소문이 있긴 하지만, 뜬 소문이라 확신합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화장실 갔다가 손을 안 씻겠어요. 하하.
당연히 어려움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날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그 시간이 지나고 남은 건 하나도 없고 고생만 X나게 했어도 그 경험과 노력이 너의 보상이다. 하고 마무리할 수 있으니까요. 알게 뭡니까? 용 따위 존재하지도 않는데. (존재하시는 용 있으시면 따로 쪽지 부탁드립니다.)
그와 동시에 보상은 공주라는 존재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에 대한 페미니즘적인 비판과 해석은 다들 익히 아실거라 생각하기에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하여간, 이 글 안에는 분명히 용과 공주가 존재하며, 단순한 비유나 양식화 된 상징이 아닙니다. 피와 살을 가지고 있으며, 생명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기, 아주 중요합니다. 제 할머니께서는 남의 살이 맛있다는 사상을 제게 주입하셨고, 극렬 육식주의자로 키우셨으나, 저는 국가의 바른 교육을 통해 채소를 곁들이면 더 맛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공주의 상징성에 대한 변주는 흥미롭습니다.
작중 나오는 공주는 존재의 개념부터, 그 무게와 의미를 재정립하게 되며, 푸터의 사례를 통해 글을 받아 들이는 바른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잊지 마세요, 푸터의 이야기를.
언제나 용에게 대적하는 이들은 항상 수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엄밀히 말해, 그들의 운명은 이야기의 시작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공기업의 민영화, 혹은 사유화를 보면 국가의 보물을 민간에 매각 혹은 운영을 맡기게 되는데, 아시다시피 눈먼 나랏돈이 들어가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정정하겠습니다, 드물지요. 흔히 경비 절감과 전문화를 이야기하지만 결과는 어떻습니까? 신의 축복으로 무사히 시련을 통과했다는 이야기만 잔뜩입니다. 아무도 패배자를 기억하지 않지요. 그래서 저는 당분간 푸터를 기억할겁니다. 여러분도 기억하셔야 해요.
오랜 시간 훈련받은 기사 및 정규군을 놔두고, 수적으로도 불리한 외주 인력, 아니 우리의 용사 파티는 오늘도 먹고 살기 위해 미세먼…지가 아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갑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독자를 배신하는 전개도 읽는 내내 즐거움을 안겨 줍니다. 중반부를 넘어서면 이제 뒷통수를 미리 준비하게 되지요. 주입식 교육은 때로 확실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리고나서 놀랍게도, 뒷통수를 준비한 독자에게 정통적인 판타지 액션을 보여줍니다. 여기서요? 지금요?
마법의 구조나 검술의 방식을 하나씩 다 말해 주고 그리하여 하여간 한 방 때렸다가 아니라, 문장이 이어지는 호흡이 깔끔하며, 흐름이 멋지다 감히 표현 할 수 있습니다. 10년이 거진 다 되어간다는 글이며, 초반부터 독자를 배신하더니, 말 그대로 멋진 전투가 이어집니다. 이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여러분. 이미 그때부터 짬밥….이 아니라 필력이 쩌신다는 이야기지요. 이 필력이 19세 소설에서 정말 멋지게 발휘되니 세계평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 추상의 정원 한 번 읽어 보세요. 정말 액션이 쩝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독자는 생각을 멈춥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기 보다는 다섯 째 줄의 클리셰를 이제야 간신히 떠나 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그 전에 보내신 분이 있다면 다행입니다. 조금 더 즐겁게 읽으셨겠군요.
국가는 국가답지 못하며, 공기업 외주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시킵니다. 푸터는 불쌍하고, 용사 파티는 지금까지 겪어 본 적이 없는 시련을 겪게 되지요. 결국 세상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시작 됩니다. 일부 아닌 것도 있겠지만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인간의 문제는 인간에 의해 해결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용은 하나의 시련이고, 때로 이 시련은 이겨낼 수 없습니다. 공주는 보상이라 하지만 하나의 인간이며, 그 존재 자체가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입니다.
인간은, 국가의 외주를 받아 완수하기 어려운 임무에 도전합니다. 이에 반하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존재하기도 합니다. 흔히 존재하지 않는다면 너무 막연해지기 때문에 숙명이나 운명, 팔자, 하늘, 돈, 초자아 등으로 정의하죠.
우리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대리 체험하며, 뭔가 배우고 깨닫게 됩니다. 때로는 즐거움을 얻기도 하고, 기대를 배신당하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용 잡고 공주 구하는 것 같은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기구와 같습니다. 가지고 있던 기대를 배신하고 새로운 기대를 안겨 주니까요. 조금 숨 막힐 정도로 몰아친다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롤러코스터는 대부분 그렇지요. 안전벨트를 매고 신나게 즐기면 됩니다.
네? 읽으면서 부분적으로 불편한 부분이 있었나요? 저는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알게 뭡니까. 독자의 수만큼 해석이 있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도 역시 마음에 걸린다면 불쌍한 푸터를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