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의 탐정에 대하여 감상

대상작품: 우리들의 미래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HaYun, 19년 2월, 조회 222

저는 정말 탐정물에 흥미가 없습니다. 탐정물이란 시간 때우는 용도라고 생각하곤 해버리곤 하죠.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탐정물은 명탐정 코난이라서 그런걸까요?(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무 내용없이 코난이 파라파라 댄스를 추는 한국판 4기 오프닝이네요. 사랑은 thrill, shock, sus~pense~) 사실 그것도 동생이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광팬이라서 11화부터 가장 최근화까지 한국어더빙판에 일본어판에 죄다 돌려보고 트릭을 줄줄 꿰고 있으면서도 다시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하지 않았다면 별 관심도 없었을지 모르지요. 미스 마플도, 푸아로씨도, 셜록 홈즈도 필립 말로도 그닥 끌리지는 않았네요. 하지만 이 전일도씨에게는 애정이 갑니다. 대체 왜일까요?

한국엔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이 제대로 없고 대신 흥신소가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탐정은 낭만을 가득 담은 단어입니다. 그런데 21세기의 한국이란 정말이지 낭만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낭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낭만에 대하여를 부른 최백호 밖에 안 남았는데, 그것마저도 중년남자의 잃어버린 낭만만을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 남아있는 낭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탐정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철없는 단어처럼 보입니다. 누가 탐정을 하겠다고 하면 굉장히 철없는 소리로 보이기 딱 좋죠. 물론 이 소설 시리즈에서 전일도씨를 비롯한 탐정들이 하는 일은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눈물이 날 정도로 말이에요. 사람이나 물건 찾기, 불륜 뒷조사 같은 것들 말이죠. 적당히 합법과 위법의 경계 어딘가에 있는 그런 것들. 현실적인 전일도씨의 숙적은 런던의 거의 모든 범죄의 뒤에 있는 범죄 자문가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가 아니라 사기꾼 김경찬이고요.

이 소설 시리즈는 낭만과 현실 사이를 넘나들며 줄타기를 합니다. 이상은 높고, 현실은 초라하죠. 거대한 서사들이 붕괴했다고 인문학자들이 떠드는데, 오히려 현실의 거대한 압박은 더욱더 커진 것만 같습니다. 개인의 선악은 모리아티 교수의 음모만큼 거대하지 않고 말이죠. 셜록 홈즈처럼 범죄자들의 트릭과 싸움하는게 아니라 사회의 단면들이 만들어놓은 트릭들과 싸움하게 됩니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고등학생, 대학생, 취업준비생들처럼 헤메면서 막막하게 머리싸움하는 우리의 전일도 탐정과 함께하세요. 전일도가 계속 생각이 납니다. 21기 한국에 걸맞는 탐정 같으니까요. 저같이 방황하고 불안한 20대에게 전일도가 말하는 듯 합니다(누구든지 무엇이든 찾아드립니다. 의뢰가 10번이면 한 번이 무료). 위로인지 현실에 타협하라는 것인지.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만큼 하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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