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염(無念), 무염(茂炎)이여! 공모(감상)

대상작품: मार पापीयस् (마라 파피야스) (작가: 김은애, 작품정보)
리뷰어: 소금달, 10월 25일, 조회 23

여기 한 승려가 있다. 40여년의 수행을 거쳐 어느덧 나이 80을 바라보는 그는  스스로 도고마성-도가 높으면 마가 극성을 부린다-을 조심할 정도로,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른 듯 보인다. 그는 물욕도, 명예욕도 없으며 심지어는 깨달음에 대한 집착도 없다. 무염(無念)이라, 아무런 고뇌와 욕망이 없어 보이는 그에게 참으로 잘 어울리는 법명이다.

병원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호의를 베푼 탓에 무염은 ‘고통의 인연’이 될 줄 알면서도 그와의 연을 맺는다. 공양간 보살 형태로 무염의 근처에 기거하게 된 이는 이름도 없이 ‘아가’라고 불리는, 똬리를 튼 뱀 같이 매끄러운 곡선을 지닌 여인이다.

그리고, 일련의 일들로 무염은 뒤늦게 자기 안에 무성한(茂) 욕망의 열기(炎)를 느낀다.

그 오랜 시간을 수행에 힘써왔건만 이제 와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무염의 당혹감은 힘으로 방출된다. 그는 목탁을 세게, 더 세게 두드린다. 호시탐탐 그의 수행을 방해했던 마(마라 파피야스)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더욱 거세게 그를 조롱하고 비웃는다.

결국 무염은 이 모든게 마라 파피야스(마, 마구니)와 그의 딸 ‘라가’의 계략 임을 깨닫는다. 그는 석가모니가 그러했듯이 지신(땅의 신)을 불러내그 자신을 증명하고자 손바닥을 땅으로 향하는 항마촉지인을 하고, 석가모니가 느꼈듯 지신이 올라오기 위해 땅이 진동함을 느낀다. 

아! 수행은 무엇이고 도(道)는 다 무엇인가?! 

글 속 인물이건만, 마지막 한 줄을 읽었을 때 나온 건 깊은 탄식이었다. 이것이 진실로 평생의 노력에 대한 결과라면, 그는 대체 무엇을 위해 평생을 바친 것일까? 그가 들인 평생의 노력은 다 무엇이 되는걸까?

사실을 인정할 수 없던 그는 결국 책임을 물을 대상을 떠올리고, 그를 벌준다. 생각할수록 안타까울 따름이다.

줄거리와 별개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여인의 이름이었다. ‘아가’. 흔치않은 이 이름은 그녀가 의지할 곳 없는 고아 출신이며 누구에게도 돌봄받지 못했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라가’와 단 한 자음(ㅇ과 ㄹ)만 다름으로써 글 속에서 그녀의 역할과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녀에 대한 몇 없는 묘사 중

곡선의 몸매로 그런 몸짓을 하니 매끄러운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트는 것 같았다.

역시 마라 파피야스가 뱀의 형상으로 나타날 때가 있으며, 라가가 그의 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끝으로, 결말에 대한 개인적 의견이다.

그러나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할까, 이 글에 대해서는 브릿G에 있는 덕에 읽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 오직 만족할 뿐(오유지족吾唯知足)이다. 매번 불경 표지만 실컷 구경하는 엉터리 불자에겐 너무나 반갑고, 재밌고, 안타깝고, 인상깊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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