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를 바라보는 눈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좀비말살계획 (작가: penguin, 작품정보)
리뷰어: HaYun, 19년 2월, 조회 139

이전에 한 번 30회 즈음일 때 읽었다가 완결되면 다시 읽어야지 하고서 나중에 다시 읽은 글입니다. 몰입해서 보기에 에 좋습니다.

 

좀비말살계획은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휘트니 요양병원에 있는 생존자 그룹의 일원인 테오, 트레버, 로만, 클로드의 4인조가 근처의 휘트비 시에 좀비 퇴치용 약물콰이어터스 찾으러 가는 여정입니다. 설정만 놓고 보면 흔한 좀비 아포칼립스물입니다. 별다른 흥미로운 설정은 없습니다. 글의 강점은 독창적인 세계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테오, 트레버, 로만, 클로드 주인공 일행이 겪는 일도 엄청나게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여타 소설들에서 흔히 있을법한 일들입니다. 이 흔한 설정이 배경소재들이 단순히 배경으로만 남게 해 줍니다. 배경을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느라 긴장감과 몰입을 떨어뜨리지 않아도 됩니다. 작가로써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잘 해내기가 (특히 저 같은 초보들은) 어려운 일입니다. 적당히 좀비 아포칼립스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하게 해 줍니다.

글의 배경은 좀비 아포칼립스이지만중점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주인공들의 내면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분명 주인공격인 수색대 테오, 트레버, 로만, 클로드의 4 테오의 내면은 거의 묘사되지 앟습니다. 테오를 제외한 나머지는 스스로의 욕망에 대해 스스로 서술합니다. 로만 파트에서는 로만이 화자가 되고, 트레버 파트에서는 트레버가 화자가 됩니다. 그런데 테오 파트에서는 테오가 화자가 아닙니다. 3인칭 시점이 되거나 다른 인물이 화자가 됩니다. (그런데도 부자연스러움을 느끼지 못할만큼 자연스럽습니다. 제가 주의력이 깊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으나 번째 읽을 때가 되어서야 알아차렸습니다). 덕분에 테오는 초반에는 신앙심만 깊거나 혹은 속내를 숨기는 같은 모습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가 속내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집니다.

나머지 3명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없습니다테오를 제외하면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 내면의 욕망과 행동의 동기들을 끊임없이 서술합니다. 이들은 이유없이 행동하지 않고, 욕망들은 문명이 무너지면서 기회를 얻어 무너진 문명의 재건을 바라거나(클로드), 문명의 (트레버), 문명이 무너지면서 잃어버린 것이죠(로만). 그것들에 공통점은 일반적 윤리기준에서 굉장히 비윤리적이라는 말고는 없습니다.

글은 철저하게 화자들의 욕망에 초점을 맞추고 글을 씁니다. 모두 각자 자기의 시점에서 자기의 욕망을 이야기합니다. 테오만 빼고요. 로만, 트레버와 클로드 파트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시점에서 자기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테오는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점으로도 얘기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화에서는 테오라고 써져있는데, 클로드가 얘기합니다. 제가 관찰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테오 편의 이질성이 앞뒤 글과 자연스럽게 이어질 있도록 구성해 놓아서 그런 것인지, 처음 읽었을 때는 테오 편의 서술방식이 다른 사람들의 파트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테오가 석연찮게 무언가를 숨기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죠. 전반부에서는 테오의 조그마한 생각조차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저 신앙심이 깊을 뿐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지 독자에게 의심을 자연스럽게 품게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글이 잘 짜여져 있지만, 읽고 난 뒤에 무언가의 찜찜함이 남습니다. penguin님의 글을 이것만 본지라 penguin님의 캐릭터 활용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 없겠지만, 너무 익숙한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좀비 아포칼립스가 흔히 배경으로 하는 서구권의 클리셰적이 캐릭터 조형을 여기서도 적극 활용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의 모습이, 너무 익숙합니다. 내면이 자세히 묘사되는 주연들에서는 그래도 그게 덜한데, 스쳐지나가거나 한 번씩 나오는 캐릭터들은 너무 익숙합니다. “해그리드를 닮은” 같은 묘사나 인심 좋고, 아이 좋아하고, 뚱뚱하고 그런데 끄나풀인 흑인 여성 같은 것들 말이죠. 아까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익숙한 이미지들을 활용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이미 새롭게 나올 캐릭터들이란 없을지도 모르겠고요. 몰입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특히

그리고 소설 속의 악당과 윤리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술에 윤리가 웬말이냐! 하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저는 예술도 그리고 특히 예술가들이 윤리적 책임을 다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니까요. 이 글에서 악인이 나왔고, 결말이 권선징악이 아니라서 비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시몬 베이유의 “상상 속의 악은 낭만적이고도 다양하나, 실제의 악은 우울하고 단조로우며 척박하고도 지루하다. 상상 속의 선은 지루하지만, 실제의 선은 언제나 새롭고 놀라우며 매혹적”라는 말을 생각해보자는 것이죠. 이 글 속 악은 상상 속 악들보다는 오히려 현실 속의 악을 닮았습니다. 어떤 미치광이 남자 예술가가 미쳐있는 원인은 유명해지고 돈도 많고 많은 여자랑 섹스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냥 포르노 보고 자위하는 찌질한 남자여서고, 알콜중독자 페도필리아도 그렇고, 정수리 부분 벗겨지고 있는 탈모가 오는 싸이코패스 살인마도 마냥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죠. 게다가 이들의 악은 대부분 진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 되는 부분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가 싫은 이유와 같은 점에서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를 페도필리아라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페도필리아의 변명에 공감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할 수는 있습니다. 중년 남성이 어린 여자아이를 학대하는 것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썼는데, 긴 글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무뎌지고 그에 공감하게 만들었으니까요(물론 어느 정도는 변명이 유려해서 그렇기도 하지만요). 악인을 쓸 것이면 결국 그들의 변명에 무뎌지도록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은 장편이라고 말하기엔 길지 않은 글이라서 그렇게까지 무뎌지지는 않았지만, 혹시 이보다 더 긴 글을, 한 명을 중심으로 묘사하는 글에서는 그렇게 해선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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