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세트를 사서 읽고 리뷰도 남겨 봅니다.
무엇보다 내내 정말 재미있게, 놀라면서, 감동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이 얇은 두께의 책에 참 다양한 재미를 꽉 채워 담으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족 드라마이면서, 판타지 서사물이면서, 역시 호러이다가, 사회물이고, 코미디에 고어 액션도 있고, … 힘이 닿는다면 봉준호나 기예르모 델 토로, 페데 알바레스에게 소개하고 싶고 다들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었고요. 에둘러가지 않지만 앞서 지나치게 긴 설명을 하지도 않고, 딱 좋은 정도의 긴장과 궁금함을 자아내는 글의 흐름도 인상적입니다. 독특한 소재-죽으면 그 몸에서 서로 다른 수산물이 나오는 가족이라뇨-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전반부는 고향집에 돌아온 정유가 죽은 아버지를, 가족과 가업을 혐오하는 이야기입니다. 징그럽고 으스스한 느낌은 비극적인 삼촌의 죽음과 끔찍한 학살로 이어져 황당하던 기분도 금세 가시고 정유에게 공감하게 되지요. 그나마 이해할 수 없이 집안에 붙어 있던 오빠 정민과 서로의 마음을 아주 살짝 나누는 부분이 희망적이랄까요. 이 집안을 두고 나가면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까 했는데, 정말 무서운 현실적인 공포가 후반부에서 계속됩니다. 집안의 저주인가 싶을 만큼 안 풀리는 청춘의 사회 정착기인데, 어쩌면 이렇게 맘 둘 데 하나 없었을까요… 나날이 시달리고 지쳐가던 정유는 회사에서 일어난 산재 사고와 그 처리 과정에서 마침내 부러져 버리고 다시 한 번의 참극이 벌어집니다.
읽으며 좀비물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좀비물이 주위 사람들이 사람이 아니게 되어 생존을 위협할 때의 문제들을 다룬다면, 이 작품은 (잘) 먹고 살기 위해 어디까지 사람됨의 문제를 외면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요. 그토록 끔찍한 소가수산의 이야기가 사회에 비추어 다를 게 없음을 꼼꼼하게 비춰 보여줘서 공감도 되고 무섭기도 했고요. 정민과의 짧은 통화 후 일순 후회하는 정유의 이야기도 어찌나 마음 아프던지요… (물론 이후의 호러쇼로 다소 마음이 풀리긴 합니다만…) 조금은 비겁하게 순응했나 싶던 정민도 결국 살기 위해 그 모든 현장을 수습한 당사자임을 생각하면, 끝내 동생을 다른 방식으로 보내주고 돌아서는 발걸음에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수조와 트럭에서 나는 비린내보다 절벽 바닷가의 바람으로 맡는 바다내음이 좋듯, 서로의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각자의 깊은 바다를 간직할 수 있는 세상이기를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