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느낀 감상은 제목과 같다. 글이 ‘목숨줄’이라고 말하는 작품 속 그녀와 달리, 나는 내가 쥐고 가야할 ‘목숨줄’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명확하게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와 대비되게 나는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얼만큼 이어질지, 방향은 맞는지 전혀 모르겠다.
물론 그녀는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겪고, 평생 장애를 안고 가야하는 상황을 맞이한 후에 얻은 결론이기에 확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삶은 평탄했고 무난했으며 특별한 사건과 사고도 일어나지 않아서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명 각성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또는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간주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있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꿈이 필요하다.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은 꿈을 꾸며 살아가야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녀는 평생을 목발에 의존하지만 뛰어다니는 사람이고 나는 목발에 의존하며 살지는 않지만 걷지도 못하는 사람과 동일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고 보이지도 않고 짐작도 안되지만 미래를 위해서 아둥바둥 살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그녀가 선택한 ‘목숨줄’이 사실은 ‘목숨줄’이 아니라 ‘몰래카메라줄’ 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각성이 아니라 환각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하는 그 줄을 사실은 이미 잡고 있으면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어쩌다보니 지금 하는 일이나 취미가 내 ‘목숨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 ‘목숨줄’을 달라는 그녀의 부탁에 흔쾌히 대답할 것이다. “아 당신의 목숨 줄은 글을 쓰는 것이군요! 부디 튼튼한 줄로 잘 고르셔서 좋은 작가가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또 이렇게 덧붙일 것이다. “저는 아직 제 줄을 찾지는 못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부럽지는 않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찾게 될 거라고 믿기에.”
마지막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이 최근에 낸 5집 앨범 <그건 니 생각이고>에 들어있는 가사 일부를 인용하고 마친다.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장기하와 얼굴들 – <그건 니생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