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 (誤讀) 공모

대상작품: 책과 친구의 계절 (작가: 그린레보,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19년 2월, 조회 50

<책과 친구의 계절>은 오묘하다. 책이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세계인 동시에 얼마나 한정적인 이야기에 갇힌 공간이기도 하다.  친구란 또 어떤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뜻을 내포하지만 그 가까움이 때론 영원히 머물러 있지 않다. 언제든 시시때때로 바뀔 수 있고, 뒤틀릴 수 있기에 우리는 책이든 친구와의 관계이든 오독(誤讀)하지 않으려 힘쓴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이야기가 맞물려 있지 않을 것 같은 관계의 이야기들이 밑밥으로 깔려져 있다. 어렸을 때 마주했던 격투 게임에서 들려오던 말들이 어느새 주인공의 가슴에 깃든다. 나를 오롯하게 토닥이며, 공감해주는 이의 부재 때문인지 우리는 곁에 있는 누군가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의 텀 사이에서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 받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공감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접차 쌓여간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만남은 어느새 공감을 넘어 호감이 되어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환상소설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마이너한 작가 야마오 유코가 그들의 끈이 되어 트위터에서 만남이 현실 만남으로 만나게 된 케이스다. 소설은 마치 한 작가를 비롯해 그들이 좋아하고, 모으고자 한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가 유수하게 흐른다. 마치 이쪽 분야에 대해 공감대가 없으면 이것이 어느나라 말일까 할 정도로 깊은 세계를 갖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봤을 일이라 공감이 갔다.

 

그린레보님이 쓴 <책과 친구의 계절>은 굉장히 시의성이 좋은 글이기는 하나 요즘 유행하는 언어로 점철된 단어들이 자주 쓰이다 보니 우리말을 읽는 건지, 외국어를 읽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다. 가벼운 듯 하지만 점점 더 이야기를 쌓아가는 과정이나 공감을 넘어 호감으로 넘어간 두 사람이 고서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과 더불어 호의가 점점 낙하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가상공간에서 만난 사이의 한계점인 동시에 주인공 ‘아라’의 오독은 얼마나 쓰린 것인지. 수현이라는 인물의 앙큼함과 반전의 카드가 재밌게 읽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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