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튀는 그대의 이야기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19년 2월, 조회 38

한샘님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대>의 여는 글이 참 좋다.

당신은 왜 헌혈을 하시나요?

질문을 시작으로 찰지게 풀어내는 목소리가 독자의 마음을 끌어 당긴다. 헌혈에 관한 의미 부여 보다는 헌혈을 하는 이들이 갖는 눈에 보이는 혜택에 대한 이야기. 각 센터에서 헌혈하는 이들을 잡기 위해 셰프를 고용하여 달달한 디저트를 만드는 시작점이 흥미로웠다.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데 이야기는 장막을 넘어가듯 이야기의 분위기가 다시금 바뀐다. 개인적으로 프롤로그의 찰진 목소리가 매력적이어서 그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대>는 중단편으로 조금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글이면서 동시에 칼로 재단을 하면 투욱, 투욱 끊어낼 수 있는 지점의 글이 많다. 그 글만으로도 큰 호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점이 많은 글인 동시에 함께 엮어 놓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의 재미가 느껴진는 글이다. 글이 매끄럽게 읽히기도 하지만 두 번 정도 장막이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초반에는 이야기가 바뀌는 분위기가 아쉬웠는데 두번째 이야기의 흐름이 바뀔 때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려고 그러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신한 동시에 이야기의 의미가 중의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도 흥미로웠다.

 

인물 중에는 그 누구도 그들의 길이 어떻게 될지 몰랐으나 태석과 태석의 동생의 이야기는 짐작이 갔다. 유정에게 호의적일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대립을 해야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유정과 태석 뒤에 있는 동생이 찜찜했기에. 이야기 중간중간 끼어있는 웃음코드로 인해 이야기는 더 참신하면서도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를테면 유정이 센터장에게 커피를 제조하는 이야기나 A와 만나 선지국을 먹으러 갈 때 꼭 ‘마늘’을 빼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으면서도 그들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헌혈을 하고 나서 먹는 재미, 보는 재미를 넘어서 헌혈을 하는 동안 많은 이들이 이 글을 읽는 재미도 느꼈으면 좋겠다. 가깝고도 먼 헌혈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보다 친근하게 느껴져 읽는 내내 헌혈을 하는 이와 헌혈을 하라고 하는 이들의 모습을 가까이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 속의 유정과 뱀파이어가 된 유정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간극이 존재하지만 묘하게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대’의 이야기라 더 흥미롭다. 하나의 덩어리로 보여지는 이야기 속에서는 다른 칸으로 느껴지는 경계의 선이 희미하게, 때로 간격이 크게 보여지지만 조금만 더 살을 덧댄다면 하나의 이야기로 조합이 될 것 같다.

 

잘리는 면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의 톤이 바뀌면서 다시 이야기를 집중해야 하는 점이 까슬까슬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호흡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히는 페이지터너 같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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