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의 이야기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묘지기이야기 (작가: 배명은, 작품정보)
리뷰어: 주렁주렁, 19년 2월, 조회 112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사는 지훈에게 고향 친구인 준기가 찾아옵니다. 준기는 자신이 마을의 새 이장이 되었다며 돌아와 묘지기를 하라면서 지훈에게 약을 먹여 고향으로 끌고 갑니다. 묘지기인 지훈 아버지는 예전에 실종된 상태로, 남들이 못 보는걸 보는 지훈은 이 고향에서 머무는 걸 싫어하지만 계속 사건이 생기면서 머물게 돼요. 더불어 이상한 존재들이 지훈 눈에 보이면서 숨겨진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게 되는데……

 

어젯밤에 핸드폰을 설거지통에 빠트렸어요. 폰이 없으니까 허전하고 뭘 하지…하다가 1화를 읽기 시작해서 현재 올라온 39까지 단숨에 읽었습니다. 아주 술술 읽힙니다.  플래시백처럼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서술이 너무나 유려해서 읽다 감탄했어요. 특히 1화나 전반부 회차들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유려함이 소설을 참 우아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어요. 또 [묘지기 이야기]의 이러한 아름다움에, 사건이 주로 벌어지는 고향이란 공간도 한 몫 거들고 있고요. 초반의 소달구지 빼고는 거의 위화감을 못 느꼈어요. 일본 냄새가 안 나는 것도 좋더군요. 음…진짜 한국의 한 시골 마을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묘지기 이야기]는 호러 장르로 분류되어 있지요. 그럼 무서우냐, 얼마나 무서우냐 라고 제게 묻는다면, 글쎄요, 저는 이 작품을 코지 미스터리로 읽었어요.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로요. 이 소설에 담긴 미스터리의 큰 축은 주인공 아버지의 실종입니다. 제 짐작으로는 이게 제일 큰 비밀이면서 마지막에 밝혀지는 비밀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큰 축을 중간에 두고 번갈아서 자잘한 비밀들이 나오고, 또 등장인물도 늘어나고 있어요. 이 중 상당수가 非인간이기 때문에 제가 코지 미스터리로 느낀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샬레인 해리스의 하퍼 시리즈를 보면, 특수한 능력을 가진 하퍼가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인데 어릴때 언니가 실종됐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릅니다. 하퍼는 이렇게 말해요.

“가족이 실종되면 집안이 송두리째 흔들리지.” 내가 말했지만 의미 없는 말이었다. 그런 말로는 형제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생기는 ‘변화’를 표현할 수 없다. 나는 나 자신의 경험으로 그것을 잘 안다 ([목격자는 피곤해])”

대만 드라마 [통령 소녀]의 주인공은 유령을 볼 수 있는 여고생이에요. 볼 수도 있고 대화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종된 가족을 둔 사람이 의뢰인으로 찾아오기도 하는데, 주인공이 그래요. 내가 당신 엄마의 혼을 불렀는데 혼이 대답을 한다는 건 당신 엄마가 이미 죽었다는 의미이다,  그걸 알고서 부탁하는 거냐. 둘 다 남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전자는 유가족을 등쳐먹는 사기꾼이라고 욕을 먹고, 후자는 학교 출석만 간신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이 많아요.

물론 이게 작가가 숨겨둔 비밀일 수도 있겠죠, 끌고가려는 방향일 수도 있겠고요. 아직 한창 연재중인 작품이고 결말까지는 한참 남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때문에 이 리뷰 자체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일 수도 있겠구요, 이런 점이 완결나지 않은 장편소설 리뷰를 쓸 때 제일 걸리는점이기도 해요.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모르겠고 또 궁금하기도 하고요. 호러가 강화될 수도 있겠고요. 최근 회차 보면 ‘호러였구나’ 싶더라고요. 미스터리를 더 강화해 보면 생각을 잠깐 해봤는데, 모르겠더라고요. 새벽까지 읽으면서 하려던 말이 많았는데 지금은 또 다 까먹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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