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기 이야기를 처음 봤을 때는 호러장르라고 해서 읽게 되었는데요, 도시에 살던 사람이 시골로 내려와서 사람이 아닌 존재와 어우러져 지내는 모습에서 최근 출간된 이계리 판타지아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다만, 묘지기 이야기는 판타지적인 부분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으로써 마을에 숨겨진 이야기를 밝혀가는 내용이어서 흥미가 생겼습니다. 지훈의 눈을 통해서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살펴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요.
갈등이 크지는 않고 무난한 전개여서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그래서 저는 인상깊었던 캐릭터 위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제 개인적인 선호에 따르면, 끼가 넘치는 장이 단독 1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끼의 발랄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했어요. 더불어 까마귀도요. 까마귀는 근엄한 면모가 있지만 약간은 다혈질스럽기도 합니다. 나무에 깃든 존재인 천후는 생각하기에 마을의 당산나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을에 있는 나무라고만 기억에 남았는데, 그냥 나무에서 신령이 될 것 같진 않아서요. 과거의 내력을 보면 인간에게 정이 많고 정을 넘어서 여인을 사랑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지훈이 무덤에서 본 악의에 한 혼령과 무덤에서 발견된 시체, 그리고 우익어르신 간의 내력이 밝혀지게 될 같습니다. 이전까지는 천천히 주변인물들이 등장하는 씬들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 지금부터가 아닐까요. 묘지기인 지훈이 하나하나 인물들을 만나고 사건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일본 애니메이션인 나츠메 우인장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읽으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지훈이 아버지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 있다거나 아버지가 겪은 것이 그려지는 건 한참 뒤일 것 같아요. 그런 건 글의 마지막 무렵에 풀리거나 하니까요. 혹은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자 하는 심리가 지훈에게 있으니, 지훈이 겪는 사건이 곧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음 회차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