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 하다. 문유석 판사의 신작 <쾌락독서>에 나온 문장을 인용하자면, 그는 ‘한 줄의 문장, 또는 한 단어가 기억에 남아 있다면 내게 그 책은 그 한 줄, 또는 한 단어다.’ 라고 말했다. 내게 이 글은 한 문장, 아니 한 단어를 버릴 수 없이 완벽하게 남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한 사람의 작은 실수가 빚어낸 한 편의 이야기의 끝이 ‘한 그릇 더’ 로 마무리되는 것까지 너무도 완벽하다. 이보다 유쾌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적어도 2019년에 내가 만난 스토리 중 가장 가벼우면서 묵직하게 와닿았다. 일회적인 사건 사이 직관적으로 빈틈을 찌르는 작가의 이야기는 내게 정서적으로 신뢰감까지 전하고, 다른 이야기에 관한 호기심으로 이끈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읽었다. 발랄한 일러스트를 빛내는 참신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순식간에 시간이 흐르고, 모든 작품을 읽어냈다. 이렇게 문장을 적는 시간보다도 빠르게 읽은 건 틀림 없다. 어떠한 책에 이러한 문장이 있다.
‘책들은 작가에게는 ‘결론’이지만, 독자에게는 ‘도발’이다. 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지점이 바로 독자의 지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 문장만큼 이 작가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누구나 접하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아무나 적을 수 없는 이야기가 ‘동화’다. 그리고 여기 이처럼 완벽한 동화를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다. 국수 한 그릇을 가볍게 털어내듯 덤덤하게 적어내려간 그의 이야기를 여러 번 곱씹어 읽었다. 이야기를 듣는 독자에게 유쾌한 감정, 그리고 번뜩이는 재치를 전달하는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