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짤막한 글로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장르가 호러라는 점은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누군가에겐 일상인 일이라 분류를 보고 다소 놀랐습니다. 주변에 적지 않은 수의 우울증 환자나 수면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약을 과복용하거나 술과 혼용하는 경우를 보기도 하고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SNS를 사용하던 사람이라면 수면제를 복용하고 나서 약기운이 돌 때도 SNS를 그대로 하더군요. 감각이 억눌리기 때문에 세상이 신기하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자판이 튀어나온다거나 색이 화려해보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이 글에서는 수면 유도제를 과복용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 필요하지도 않고 내일만 없으면 편해질 것 같다며 약을 털어넣는 주인공. 자주 저러는 지인이 있어선지 낯설지는 않습니다. 저걸로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도 내일이 오늘이 되는 순간을 견디지 못해서 약기운에 잠들길 바라거나 혹은 약을 먹다가 어쩌다 죽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죠. 대개 진지하게 죽음에 임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도 힘이 드니까요. 실은 그게 우울증이 무서운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삶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는 것. 말 그대로 우울하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감정보다 칙칙한 회색 톤으로 모든 게 덤덤해지는 것.
이 약을 다 털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으로 충동적으로 과복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인공은 다소 계획적으로 약을 모으고 털어넣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혹여 죽더라도 미련은 없다는 식으로요. 주인공에게 이것은 일종의 실험입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밤새 약기운에 지지 않기 위해 버거워진 숨을 쉬는데 집중하고 날이 밝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는 말을 하는 주인공. 이 말에 모든 게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비를 넘기고 나면 모두가 하는 말이었거든요.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이 말은 중의적으로 다가옵니다. (내가 죽으려 하다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혹은 (내가 살려고 하다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두 방향 모두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어느 쪽이던 끈을 놓지 않고 생을 잇기로 선택한 주인공에게 잠시나마 안도를 했습니다. 이 글에 공감할 비슷한 상황의 다른 이들 또한 하루를 견뎌내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