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위태로운 감상이 지배적이다. 담담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으나 누가 보아도 황폐한 삶. 벌이는 시원찮고 사는 것도 변변찮은 젊은 남녀의 각박한 현재. 가볍게 설명한 과거 속에 그들은 균형감 있게 ‘책임’을 지고 있다. 대단하지 않지만 대견하게도 그들은 무게를 스스로 짊어졌다.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무던히도 넘어진다. 여전히 균형은 어렵고 책임이란 멍에는 젊디 젊은, 어리디 어린 나이에 고단하기만 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는다. 넘어진 무릎도 내색하지 않고 터진 뒤통수도 내색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시답잖은 장난을 치는 것이 최선의 위로이다. 서로의 곁에서 버티는 것이 최대의 책임감이므로.
집에 돌아갈까? 헤어질까? 할 수 없이 비어져 나오는 도피의 마음에도 두 사람은 덤덤하다. 같은 마음으로 버거운 현실을 버티며 중심을 잡고 있으므로.
지나치게 덤덤한 전개에 눈물이 난다. 넘치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차단하고 절제하는 것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넘어져 아픈 상처들의 고통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며 서로를 지탱하는 그들의 균형이 기특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만 돌아가라고 하고 싶다. 그만하면 되었다고, 버거운 균형을 가슴에 묻고 새로운 눈밭을 향해 떠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