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잘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아이들은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가출 어린이와 부모에 얽힌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냅니다. 언제나 부모에게 최고만을 강요받는 어린이 가윤은 자신을 둘러싼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가출을 감행합니다. 탐정 전일도는 그런 가윤과 가윤의 어머니 이진영 사이 갈등을 해결하고자 발품을 팔고 다닙니다.
소설은 마치 재현배우를 동원해 촬영한 시사프로그램 같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정말 현실적으로 할법한 이야기라 오히려 소설에서 보기 힘든 주제에 대해,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등장인물들에 극적인 과장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소설 속 가장 ‘비현실적’인 대목이 전일도의 너스레였으니 말입니다.
어른들은 저마다의 복잡한 사연을 이야기하며 행동의 당위성을 부여받습니다. 부동산과 자식 교육을 인생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매겨놓고 사는 가윤의 어머니, 사회의 경쟁에 지쳐버린 가윤의 아버지, 친구와 아는 사람의 경계선에 놓여, 객관적인 듯 객관적이지 못한 가윤 어머니의 친구까지. 어딘가 있을 법한 작은 가정의 모습을 있을 법한 대화로 풀어나가며 사회의 모습을 자화상처럼 담아냅니다.
만일 소설이 현실의 부조리한 교육환경과 비뚤어진 가정사를 담아내는데 목적이 있었다면, 저는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난 뒤 아주 우울한 기분이 들었을 겁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행위는 언제나 상상 이상으로 섬뜩하고 불쾌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에서는 유쾌한 탐정 전일도가 등장합니다. 이번 작의 전일도는 전작들보다 다양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요. 어린이 가윤과 합이 잘 맞아 떨어지는 걸 보니, 탐정이 아니라 유치원 교사를 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전일도가 누구와 대화를 나누냐에 따라 소설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가윤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에서는 동화 혹은 저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인 소설처럼 톡톡 튀는 전개로 눈을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현실은 어른들이 거미줄처럼 쳐놓은 사회상에 암울하지만, 어린이 가윤은 어른들의 의지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자신의 힘으로 저항하거든요. 가윤이 등장하는 파트는 그래서 더욱 즐겁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소설은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교육과 가정환경 전반에 걸친 현실을 거의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대한민국의 식문화에 대해서는 묘사의 오류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었을까요? 작중 가윤은 민트초코와 파인애플 피자를 두고 먹고 싶지 않은 음식처럼 이야기합니다. 물론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상식인으로서 민트초코를 거르는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사람이 음식 대신 치약을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째서 새콤달콤한 파인애플 피자를 거르는 걸까요? 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