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의뢰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의뢰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8년 12월, 조회 61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맨 먼저 장 주네의 <<도둑일기>>가 떠올랐습니다. 너무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이라 사실 세세한 내용이나 줄거리 등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소설을 읽었을 때 받았던 내용적인 충격과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소외된 자의 고독과 슬픔 같은 것들이 오래 기억에 남아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소설중에 하나입니다.

<의뢰>가 그 소설과 비슷한 면이 얼마나 있는지는 당장 비교해낼 수는 없습니다. 지금 전 책장에서 <<도둑일기>> 책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도 없고 읽은 지 너무 오래 돼서 내용도 거의 잊어버렸거든요. 근데 이 소설을 읽고 가장 먼저 그 소설이 떠올랐다는 건 뭔가 비슷한 게 있다는 이야기려니 생각할 뿐입니다.

 

도둑 출신 작가인 장 주네의 자전적 소설이니만큼 <<도둑 일기>>는 부랑자, 거지, 도둑, 남창 등 밑바닥 생활을 전전한 작가 자신의 경험담이 녹아 있었고 그런 삶은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죠. 결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세상이지만 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던 그 힘, 또 그 밑바닥 삶에 공감하고 슬퍼하게 만들었던 그 힘. 그게 아마도 장 주네가 가지는 작가로서의 재능 때문이었겠죠.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곳에서 펼쳐지는 어두운 삶, 인간 사회의 치부, 부조리 등을 담은 리얼하고도 잔혹한 그런 이야기인데 읽고 나서 전 울었던 것 같아요. 그 남자의 삶에서 깊은 슬픔을 발견했었고 아직도 <<도둑일기>>를 떠올리면 슬픔이 먼저 고여 옵니다.

장 주네는 ‘가장 비천한 것들을 가장 고결한 자리에 올려놓은 진정한 자유인이자 악의 성자’로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고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를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덕목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네요. (급히 포털 검색을 해봤어요.)

 

내용이 잘 기억나지도 않는 소설과 아그첵님의 소설 <의뢰>를 비교하는 건 잘못일 수도 있지만 제가 이 소설을 읽고 <<도둑일기>>를 떠올린 건 괜한 건 아니겠죠.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어둡고 소외된 곳의 이야기들임에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그 힘, 다 읽고 나면 고이는 슬픔 같은 게 있다는 공통점 때문일 겁니다. -이 얘기가 하고 싶어서 <<도둑일기>> 얘기를 길게 늘어놓았어요. –

 

 

개인적으로 내용적인 면에서는 충격을 받았고 그럼에도 이 작품의 분위기와 문체가 정말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짧게 끊어지는 문장과 간결하고도 담담한 묘사가 잘 어우러져 고독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잘 살린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부서진 정적의 조각들에 귀가 베인다’, ‘우리들이 놀라 다치지 않게 어르고 만져 순해진 악몽을 조금씩 꺼내어 보일 때’ 같은 문장을 만나면 숨을 헉, 내쉬게 되는 그런 놀라움을 선사해주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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