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로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은 유의해 주십시오.
이 작품에서 좋았던 점을 꼽자면, 서로 다른 자매의 대비와 단순하면서도 그래서 동화풍이 강조되는 신비한 세계관이었습니다.
특히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단순하고도 극명한 두 개념의 대비를 자매를 통해 환기시키며 긴장감을 유발하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이야기에서는 일반 동화에서 말하는 마음 속 아름다움이 거죽의 미추의 의미를 뒤집는다식이 아니라 육체에 갇힌 사람은 결국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의 외모에 휘둘리고 타인의 외모에도 휘둘리는 모습들이 부각됩니다. 이부분 역시 잔혹동화 답게 그려졌고, 그 연약함을 주술로 영혼을 침범해 극복하려 한 금기의 시도가 우연, 혹은 운명에 의해 좌절되는 비극도 무척 잘 전달되었습니다.
주술사의 비극이 비극을 낳았지만 마찬가지로 그의 시도는 섭리를 거스르기에 섭리의 중심에서 응보를 맞이했다는 이야기 얼개에는 꽤 감명을 받았습니다.
언니가 바람에 날아가며 말한, 중심과 가장자리의 관계가 이 미추의 대비를 통해 반복되며 강조된다는 느낌이 들어 꽤 인상적이기도 했지요. 물론 뭐가 중심이고 뭐가 가장자리인지 까지는 제 견문이 미력하여 다 파악하지 못했지만요.
아쉬운 부분은 자매의 혈통에 대한 사연이 너무 단순하거나 혹은 작위적인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어머니인 무녀가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신비롭게 읽힐 수도 있지만 그저 모호하게만 읽히는 부분도 없지 않기 때문이죠.
반전으로 밝혀진 세스의 비극이 그랬던 것 처럼 무녀와 기사의 못다한 이야기 역시 공주의 광기에 호응한 폭군 왕의 숨은 죄악의 진실로서 멸망의 근거에 더해졌다면 푸른매의 상징성과 플롯이 더 탄탄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배부른 투정을 해봅니다.
또한 백성들의 바람이 정말로 이루어져 세상이 다 멸망했다는 결말 역시 좀 급진전이 아니었나 조심스레 써봅니다. 세계의 중심이 가장자리의 바람을 직접 듣고 그걸 이뤄줬다는 흐름이지만 그렇기엔 주인공 자매가 보여준 인간적인 감정들은 아직 다 해소가 되지 않은 상태였으니까요.
스스로 멸망을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관심 없던 타인들의 바람만을 듣고 세계관 멸망이란 망치를 휘두르기엔 깨달음이란 대못이 부족하지 않았나 사료됩니다.
다분히 개인적인 투정과는 별개로 동화풍 세카이계라는,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이 즐겁게 읽히는 단편이었습니다.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