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추가 바뀌었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고양이 꼬리 (작가: 진산, 작품정보)
리뷰어: 캣닙, 18년 11월, 조회 143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진산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해본다.

그리고 고양이 담 타넘듯 매끄럽게 읽혀지는 이야기의 감칠맛에 적지않이 놀랐다.

참으로 부드럽고도 예리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무협에서도 판타지에서도 도검만능주의의 보정을 받는 검은 주류이자 정도의 상징이며 아미자와 채찍같은 무기는 비주류이며 사도의 상징이 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싫어한다. 주인에게 받은 목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출신에 의해 검을 타고난 높으신 분들을 개에 비유한다면 그렇지 못 한 이들을 고양이에 은유할 수 있겠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에 나왔던 캣우먼을 기억하고 있다.

권력에 찌든 회사 보스에게 살해당하고 고양이들의 힘으로 살아난 뒤 이전의 선함은 자취를 감춘채 악인으로 활약하던 도발적인 모습을 말이다.

서로가 끈끈한 우애로 이어져 있다면 언니와 동생은 영혼을 공유한 한 명의 인물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고양이어도 주인의 교만을 애정으로 받아들이던 착한 고양이는 죽고 이제 분노만이 남은 나쁜 고양이가 홀로 남아 주인의 얼굴을 할퀸다.

검을 쥔 개는 권력에 속했단 이유만으로 밑에 있는 자들을 발로 짓뭉개지만 그는 몰랐으리라, 고양이는 개와 달리 결국 위계질서에의 순종을 거부하고 자유롭게 복수를 택할 것임을.

질서에 반하는 행동이기에 캣우먼의 분노는 그 자체로 악이 될 수밖엔 없었다. 똑같은 야행성이면서도 히어로가 될 수 있었던 배트맨과는 다르게 표현되어야 했다. 그 시절에는.

이제 시대가 바뀌고 질서의 무게추도 다른 것으로 바뀌어 고양이의 복수 또한 사악한 것만은 아니게 되었다. 고양이가 개와 비교되어 천시되던 시절도 차차 지나가며 집사를 자처하는 주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된 것 처럼 무협의 복수도 과거와는 다른 클리셰를 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끝까지 외로웠던 캣우먼과 달리 십이의 복수는 비록 소수나마 작중 인물들의 공감대를 얻어낼 정도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까지 한다.

주인공도 캣우먼처럼 목숨이 9개라도 된 듯 끈질기게 되살아나 그토록 싫어했던 채찍에 새로운 추를 더하여 주인이 준 것이 아닌, 스스로 획득한 힘으로 만들어낸다. 자유를 얻어낸 것이다.

이제 더이상 검이라는 무기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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