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이 작품은 상편과 하편으로 나뉘여있다. 그렇지만 나는 상편만 읽고 리뷰를 쓰려 한다. 누군가 ‘왜 하편은 안 읽고요?’라고 묻는다면 해줄 말은 하나 뿐이다. 이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좀비 장르라면 독자는 쫄깃쫄깃한 스릴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런 것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주인공은 수동적으로 노래방에서 잠수나 타고 있고, 창문 너머로 펼쳐진 좀비 세상을 구경하기 바쁘다. 이것은 좀비 장르를 관찰자 시점에서 경험하고 있는 주인공의 심리묘사로 가득한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이 아주 관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좀비가 보이니 소리나는 것을 치우고, 경찰이 왔을 때 탈출 시도를 해봤으며, 서비스 시간이 추가되는 걸 보고 다른 사람과 일행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행위까지도 너무 수동적이다.
주인공은 능동적으로 역경을 해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먼저 무언가를 했을 때, 그에 대한 리액션으로서 무언가를 할 뿐이다.
좀비가 나타났다 ➠ 소리 나는 것을 모두 없앤다
경찰이 나타났다 ➠ 탈출하려고 시도해본다
경찰이 간다 ➠ 도로 노래방으로 돌아온다
서비스 시간이 추가되었다 ➠ 밖에 누가 있을 테니 알아본다
이러한 리액션은 사실 ‘사실적‘이다. 만약 내가 주인공과 유사한 상황에 떨어졌다면 필시 비슷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누가 구하러 와주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고, 문 잠그고 적당히 닥치고 있는 것. 그렇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기대하는 내용은 아니다. 나만 그런 걸지는 모르겠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해보기 위해’ 나는 독서를 한다. 전혀 다른 내가 되어볼 수 있는 길은 게임과 독서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작품은 너무 ‘나 같은 주인공이 등장해서’ 별로다. 나에게는 너무 별로였다.
추가로 혼란스러운 묘사가 많았다.
노래모음집을 집어 들었다. 있는 힘껏 창문을 향해 내리쳤다. 유리는 텅, 공허만 튕겨냈다. 나는 허공으로 치켜들어 다시 내리치기를 반복했다.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유리를 내리치는 소리에 감염자들의 울음소리도 덩달아 커져갔다. 순간 나는 잠긴 창고의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소리치는 어린아이로 움츠러들었다.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중년 남성의 신경질적인 말소리가 문을 건너 들려왔다. 각종 청소도구와 쓰지 않는 물건들로 가득한 창고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콧속을 후비는 악취에 숨을 못 쉴 지경이었다. 나는 문을 두드리고, 두드리고, 두드렸다. 열릴 때까지. 쨍,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전까지 주인공은 노래방의 노래부스에 있었다. 분명하다. 그런데 갑자기 “각종 청소도구와 쓰지 않는 물건들로 가득한 창고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고 해버린다. 주인공이 언제 창고로 이동하였는지에 대한 묘사가 없다. 만약 주인공이 순간이동을 쓸 수 있었다고 해도, 최소한 순간이동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언질 혹은 순간이동을 하는 모션에 대한 묘사가 있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이런 식으로 뭐가 많이 빠져있거나 이상한 위치에 들어간 문장들이 많았다. 또한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님 연애 해봄 안 해봄’은 좀 뜬금없었다. 작가가 너무 의도적으로 뭔가를 끌어가고자 하는 것 같아서.
하여튼 이 작품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터무니없을 만큼 재미가 없었다. 내게는 그러했다. 여러분에게는 부디 다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