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주인공과 더 나쁜 녀석들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신인류의 아레나 (작가: 최의택, 작품정보)
리뷰어: 알렉산더, 17년 2월, 조회 69

처음 글을 읽었을 때 느낀 인상은 “이거 혹시 일진 미화 소설인가?”였습니다. 주인공은 성격이 더럽습니다. 교무실에서 만난 문학 선생님께 대꾸도 안하고 문을 닫고 나오고, 어렵게 낸 문제를 ‘엿 먹이려 발악해서 꼬아놨다’며 담임 선생님께 대들고 (어려운 문제는 변별력을 높이려는 것일텐데… 선생님이 뭐가 좋아서 학생을 엿 먹이려 할까요), 자기가 마땅히 해야하는 일인데도 답안 띠를 전달하지 않고 북북 찢어버리고, 거기에 항의하는 학우들에게 욕을 하며 제압하고, 종국에는 선생님 앞에서 성적표를 북북 찢어대는 성격 파탄자입니다. 제 주변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주인공이 어쩌다 이런 인성 쓰레기가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고, 이해할 수가 없으니 공감할 수도 없어집니다. 가정 배경에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비뚤어져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글을 읽는 내내 불편한 느낌을 받다 보니, 주인공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커서 뭐가 되려고!”라고 외치며 귓방망이라도 후려치고 싶어집니다.

“다시 한 번 말해줘? 씨발, 그렇게, 아니꼬우면, 네가, 반장, 하든가!”

이기환이 움찔하자 전세가 붕괴됐다.

당연한 의무를 주장하던 착한 아이는 폭력적인 기세에 눌려 마땅히 할 말을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 겉멋만 든 주인공을 포스 있는 캐릭터로 미화시키려는 의도가 느껴져 불편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작가님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 걸 아닐지 염려하면서까지 읽었음을 고백합니다.

주인공은 친구가 어째서 부상을 입은 건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않고 서클에 들어갑니다. 아지트를 찾아간 주인공은, 한 술 더 뜨는 더러운 성격을 보여줍니다.

10미터 높이 천장에 대형 전구가 그득했다. 가정용으론 과한 조도였다. 또 어떤 거지같은 상황이 펼쳐질지 기대돼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조명이 밝다고 해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난다고 하니, 이 쯤 되면 주인공이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됩니다. 사실 범죄 소설을 많이 즐기지 않아서, 이런 식으로 악역(?)이 주인공을 맡는 소설에 익숙하지 않아 정답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보편적 가치관을 가진 독자에게 이 내용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우려스럽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네요.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흘러갈지 좀 더 지켜 보아야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아한 부분은, 주인공 도경은 친구 혜진이 부상당한 그 사건의 전말이 궁금할 법도 한데, 그에 대해서는 그다지 파고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부분입니다. 스릴러의 매력은 미지의 사건에 대한 추리와 해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1화의 상황이 일어난 배경이 궁금해서 (이 부분이 약간 판타지가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범휼이 헐크같이 이성을 잃은 것처럼 묘사되더라구요)계속해서 읽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시선을 붙잡아두는 전개 자체는 매력이 있는 방식인 것 같지만, 주인공이 너무 방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클 내 사람들의 캐릭터들은 각자 나름의 개성이 뚜렷하여 많이 공들인 느낌이 납니다. 주가 조작을 하는 모습도 구체적으로 그려지구요 (미성년자들이니, 어차피 차명계좌를 이용하겠지요?). 그래서 서클 안으로 들어간 뒤의 전개는 분명 흥미롭고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물론 아레나 타겟으로 담임 선생님을 지목하며 뒤를 캐는 부분은… 교권이 추락하는 현 세태와 맞물려 더욱 눈살이 찌푸려졌지만요. (문득, 이 불쾌감을 일부러 의도하신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혹시나 많은 분들이 인성 쓰레기의 주인공을 못 견디고 2화에 멈추어 서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레 의견을 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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