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 좀 내려놔, 안 더워?”
엄마는 쓴웃음을 짓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 뭐 들은 줄 알아?”
“모르지, 나야.”
“금 들었어. 엄청 무거워.”
….
“여기다 두고 다니던가. 어깨 상하겠어.”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 엄마는 피식 웃고는 어깨를 더 움츠렸다.
“널 어떻게 믿어?”
* * *
글을 읽다보면 상상이 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어떤 장면 속에 인물들의 움직임이나 표정이나 몸짓, 분위기를 떠올려보곤 합니다.
주인공은 엄마가 필요합니다. 아니 제목처럼 엄마의 자리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감정과 서러움이 뒤섞인 필요였고 앞서 그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연락이 닿은 만남이었지요. 그렇지만 그녀의 일과가 또 그녀의 이야기가 엄마가 왜 필요 했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어느부분 똑같기도 또 달라져 있기도 했습니다. 상처를 쿡 쑤시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가야, 할머니야. 진짜 외할머니야. 엄마도 엄마가 있어. 엄마가 집에 온대. 아버지랑 새엄마가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집에 엄마가 온대.
복잡한 감정의 만남이었지만 주인공의 마음이 어떤지 조금은 느껴집니다. 자꾸만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엄마가 남편에게 핀잔도 하는 상상을 하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을 치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집에 온 엄마는 바라던 것과는 달리 조금 묘한 모습으로 주인공과 대면 합니다. 그 간의 세월동안 아무도 믿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살아온 엄마의 모습 입니다.
소파에 앉아 세상 소중한 것을 담은 가방을 손에 꼭 쥔 채로 어떤 것도 믿지 못하는 엄마의 눈빛 그리고 그 경계심을 떠올려보면 다소 서늘하고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주인공이 원하는 엄마의 자리는,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변해버린 엄마의 모습을 이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도… 그 후 둘째 소식에 또 한번 느끼는 엄마의 필요도 모두 울컥 차오릅니다. 가능하다면 엄마 대신에 저라도 가서 된장찌개를 끓여주고 아기도 대신 안아주고 한끼라도 편히 밥 먹으라고 등을 토닥여주고 싶을 정도로요.
아주 가까운 이야기 같습니다. 경우는 달라도 많이 접해온 외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고요. 그랬었지.. 하고 주인공에게 여유가 생기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