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악마는 누구인가요? 의뢰 브릿G추천

대상작품: 우리 교실엔 악마가 있다 (본문삭제) (작가: 지현상, 작품정보)
리뷰어: Ello, 18년 10월, 조회 147

0.

쉬는 시간에는

얼음

땡움직이다가

멈추었다가

지금부터 너는 나이가 들지 않고

나는 조금씩 숨을 쉬기 어렵고

내 어린 술래는 자꾸

피가 모자라졌다.

그 때 누군가는 난생처음 턱걸이에 성공한 후

아,여기는 처음보는 곳이구나,

중얼거리고

우리는 얼음!이라고 소리친 뒤에

고정되었다.

여기는 어제가 없고

여기는 죽은 엄마가 안 보이고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외로운 곳

갓 태어났는데도 경험이 아주 많은

이상한 아이들이 되어 우리는

괄호 안처럼 적막해지고

쉬는 시간이 끝나자마자

얼음

땡그리고 우리는 열심히

움직였다.

1.

“갓 태어났는데도 경험이 아주 많은 이상한 아이들”이 바로 이 교실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한다지만 이 곳은 좀 음침하고 음험한 구석이 많네요. 순수해서 더 잔인해질 수 있는 존재가 아이들이 아닐까요. 이 글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는지.

대체 누구의 잘못인지, 이걸 올바르게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누구에게 이입을 해서 봐야하는지, 결국 악마는 누구인지 같은 질문에 다 모르겠다는 답만 내놓았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번, 이 소설에서처럼 1학기와 2학기의 분위기가 뒤바뀐 적이 있었어요. 그 때도 민아처럼 반장이었던 여학우가 어린 제 기억속에는 다부지고, 명랑하고,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했었고요. 은근하게 누구를 따돌린다던가 하지는 않았었는데 대체 방학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2학기에 들어서자 그 친구가 왕따를 당하고 있더라구요. 양갈래 머리가 그 친구 때문에 유행했었는데 학기가 끝날 무렵 양갈래를 포기했던 기억도 나고.

그러니까 이 소설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요. 어린 시절 누군가는 겪었던 일들에 대해, 기억에서 보다 훨씬 잔인한 방식이긴 하지만요. 보는 내내 초조하고 불편했네요. 마무리가 어떻게 지어질까, 범인은 누구며 무슨 일 때문에 어린 소녀를 구덩이에 밀어넣는 이런 잔혹한 일을 벌였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불편하고 불쾌하게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힘은 인정합니다. 읽느라 지칠 정도였어요.

 

2.

아. 그리고 이 부분은 확실히 어긋난 부분이긴 했어요.

24번이면 민아가 읽어 볼까, 했을 때 여러 번 다시 읽으면서도 민아가 걸리는 게 안타까웠거든요. 읽다보니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한 선생님들은 분명 날짜니 번호니 해가며 편하게 시키지만 후에 선생님들의 대화를 보면 “강쌤은 왕따에 민감”하다고 나오는 걸 보고 말이죠.

왕따에 민감한 선생님이 날짜만 보고 민아를 지목한다거나 국어책을 “또?” 훔쳐갔다고 핀잔을 주는 부분이 아이들의 생태에 전혀 관심이 없는 선생님이 할 법한 행동이었으니까요. 보통은 눈에 띄지 않게 격려를 해 줄 수 있는… 그러니까 그 아이가 충분히 잘 해 낼 수 있는 일만 시키는게 당연한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민아의 책상 위에 책이 없는 걸 봤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텐데.

이 작은 사회에서 선생님의 말은 꽤나 절대적이였어요. 적어도 그 시절 제가 있던 교실 안에서는 그랬죠. 선생님이 시켰는데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은 민아의 어깨를 더 짓눌렀을 것 같아요. 교묘하게 아이들을 조종하고 있었더라도 선생님께는 예쁨받는 학생이고자하는 욕구가 강했을테니.

그리고 따로 남아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에서도 민아의 탓을 하려는게 아니라면서 대화는 계속해서 민아의 탓을 하고 있으니까요.

독자는 의도대로 선생님이라면 취했을 법한 행동에 끄덕일 수도 있겠지만 후에 알고 다시 읽으면 어휴, 선생님 참 한 편으론 대단(?)하기까지 하네요.

 

3.

이 상황을 오래 머릿속에 넣고 마음에 드는 답을 찾으려 노력해 봤습니다만..

모두가 다 악마인 상황에서 도저히 해결책은 눈에 띄지 않더라구요. 게다가 현실에 가깝다는 걸 알고 보니 더욱 우울했어요. 이대로 민아가 왕따를 당하지 않고 졸업했다면, 그대로 자라났다면. 민아 대신 다른 아이가 왕따 당하는 상황이 계속 됐다면 혹은 선생님이 원한을 가슴 속 깊이 품은 채 아이들을 계속 가르친다면, 민아의 엄마가 선생님들에게 촌지를 제공하거나 선생님과 어떻게든 유대를 맺는 방식으로 민아를 돋보이게 만들었다면.

이 많은 가정들이 다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뿐더러 상황을 더 복잡하게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차피 사회라는게 이렇고 그런 사람들 속에서 굴러가게 되는거니까요.

이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사람을 꼽으라면 그 시절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용서를 빌지 못하는 민아엄마일 수도 있겠지만 …. 음… 그보다도 부모세대의 일을 선생과 제자 사이로 만난 어린 아이에게 풀려고 했던 선생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누가누가 더 잘못했나를 꼽고 있나,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하네요.

이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끝이 나서 후련한 감이 적어요. 답답해서 오히려 계속 생각날 것 같은 글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깔끔하게 해결 되는 문제를 던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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