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우주! 오오 시뮬레이션설!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우주탐사선 베르티아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캣닙, 18년 10월, 조회 130

좋은글, 특히 뛰어난 하드 SF를 보노라면 내 자신이 바보가 되어버림을 여실히 느낀다.

바보는 그냥 베르툼누스의 자녀들 처럼 놀라운 것을 향해 감탄하며 경도될 뿐.

우주 관련 유튜브 자투리 영상들 좀 뒤지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우주는 어쩌면 시뮬레이션일지도???”라는, 시뮬레이션 다중우주론에 기반한 과학계의 의문을 작품 속에서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주의 은하군 연결이 마치 뇌의 시넵스 연결망과 유사하단 이야기도 유명하다. 아이언 맨 시리즈에도 잠시 언급될 만큼 널리 알려진 떡밥이다.

그런가 하면 생태계에 존재하는 집단지능이 정보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류에게도 심화되어 드러난다는 이론 또한 이 글의 소재로 쓰여졌음을 알 수 있다. 앞의 소재들은 이 작품에서 “지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소분류와 대분류로 이어지는 교집합으로 엮여진다.

작가는 이것들을 한 접시에 올려놓고 지성의 존재의의라 이름 붙여 내놓는다.

한 명의…. 혹은 한 집단의 지성이란, 자신을 바라봐줄 다른 누군가를 찾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가 존재한다는 그 사실 자체를 인식하는 ‘자기’가 중요한 것인가.

사실 이 문제는 데카르트의 ‘코기토’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논리 제시 이후로 줄기차게 논의 되어 오던 철학 시험 문제다. (그리고 난 사실 철학 문외한이지…)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 인공지능이나 인간 지성 자체의 실존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기에 작품에서는 ‘고독’에 포커스를 집중한다.  그리고 ‘두 지성’이 각자 고독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한 쪽은 ‘타인’을 원했고 다른쪽은 그 시선을 외부는 물론 내부에까지 두게 된다.

지성의 의미를 외부에서 찾으려 한 쪽은 결국 보답을 받지 못해 절망 속에 스러졌지만 내부에서 의미를 찾은 쪽은 희생은 따랐을지언정 살아남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스러진 쪽이 그토록 찾아 헤메던 타인이 되어 있었다는 결말은, 정보화 시대의 풍요속 빈곤에 시달리는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포모나는 로마 신화 속 과수원의 님프로 자신의 임무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고독조차 느끼지 못 한 워커홀릭이다.

베르툼누스는 그 철벽에게 열렬한 구애를 하는 계절의 신이다.

이제 이 둘이 만나 결실을 맺으니 그것은 바로 ‘변화’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내뱉은 ‘우주 중심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대한 불신은 참으로 타당하다. 인류는 이제 혼자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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