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무례한 리뷰일지도 – 제목부터. 미리 죄송합니다.)
양아치들은 강한 쪽 혹은 다수파에 붙어서 약한 쪽 혹은 소수파를 괴롭히며 먹고 삽니다. 그리고 자기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핑계를 댑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양아치들의 핑계는 ‘퀴어’인 모양입니다.
작품 첫 머리에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 – 이라기 보다는 말싸움 – 이 나옵니다.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미화될 수 없다’. 멍청하면서도 폭력적인 말입니다. 세상에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은 정말 드뭅니다. 그리고 살인은 거기에 속하지 않습니다. 폭력은 더 말할 것도 없구요. 다만 정당화되기 힘들 뿐입니다.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당화될 수 없을 때, 이유는 핑계가 됩니다.
스스로 퀴어인 게 다른 종류의 퀴어를 괴롭힐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어림없는 얘깁니다.
저는 주인공들을 (일종의 데이트폭력을 행사한 떼거리들을 포함해서) 혐오할 수 밖에 없습니다. 퀴어라서가 아니라 양아치이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작가가 왜 굳이 퀴어들을 양아치로 그린 이야기를 썼는지 궁금해집니다. 보통 웬만해서는 사회적 약자들을 나쁘게 그리지 않잖아요. 안 그래도 약자라 섭섭한데.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사회적 약자 녀석들이 사회적 강자인 면이 있더군요. 남자라는 거.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보니 그들을 양아치로 그려도 작가가 정말 너무한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더군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성별을 뒤바꾸었다면 과연 환영받을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작년인가, 페이스북에서 싸움 구경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싸움은 두 개였습니다. 하나는 남성 게이 vs 여성 시스젠더 페미니스트, 또 하나는 MTF 트랜스젠더 + 쓰까(용어가 맞는지 모르겠군요. 멸칭.) vs TERF(이것도 멸칭이라고 하지만 일단 쉬운 구분을 위해). 제가 보기에는 별 대단한 내용이 없는 글들과 댓글들이 오가다가 나중에는 차단 경쟁을 펼치더니 서로 차단한 반대편 진영 글들을 이미지로 캡처해 와서 자기들끼리 댓글로 욕해대고… 뭐 나름 입장과 이유가 있어서 그런 식으로 싸웠겠지만. 제가 잘 모르면서 띄엄띄엄 봐서 그런 인상을 받았을지도.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그 싸움의 남성 게이 측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괴롭히거나 비하하는 대상이 여성 시스젠더가 아니라 MTF 트랜스젠더라는 게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데요… 작가는 TERF 쪽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나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TERF의 주장 중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혐오나 비하는 전혀 다른 문제지만요.)
아, 잘 모르는 얘기를 늘어놓았네요.
암튼, 어두워요, 이 작품. 그래서 느와르구요. 하지만 홍콩 느와르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양아치들에게 일말의 공감도 할 수 없는 저로서는 이 작품의 주인공들에게도 마찬가지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네요. 어쩌면 그게 작가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