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다닌 학교죠. 보통은 다른 느낌의 학교를 다니기도 하고, 사정 등으로 인해 뛰어 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지간해서는 성장기의 대부분을 가정 보다 이곳에서 지내게 됩니다. 가족이 아닌 동갑내기의 존재들과 함께 어울리며, 성인이 되기까지의 기간을 이곳에서 보냅니다. 학교의 주인은 우리 학생들이니, 너희들이니, 미래의 꿈나무들이니 말하지만, 냉 난방은 결코 직접하지 못하게 하고, 식사 메뉴 또한 정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1교시가 끝나면 배고파 하는데도 말이죠. 세상에.
긴 시간 동안 큰 틀이 전혀! 바뀌지 않은 교육 시스템 덕분 – 물론 매년 바뀐다고 어마어마하게 이야기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어떻게 줄을 세우느냐에 가깝지요. – 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에서 꽤나 흡사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성별로 반이나 학교를 나누기도하고, 문제를 잘 틀리고 맞추고의 기준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어차피 설명은 이쯤 해 두죠, 어지간해서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학교에 대한 이미지로 인해 우리는 대부분 유사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누구나 뒤집어 엎고 찾다 보면 어떤 방식이든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의 세계는 바로 그런 학교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기억속에서 조금 다르더라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죠. 누군가는 사고를 일으키고, 덮는 사람이 있고, 쉬쉬하는 사람이 있고. 목표 하나에 매달려서 그게 세상 천지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말이에요.
그 세계는 천재적인 주인공의 의해 정의되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환경에서 익숙한 이야기를 자신의 정의로 풀어냅니다. 여기서 매력적인 부분은, 이 친구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방식이 매우 쉬워요. 관련된 조각들을 잘 모르고 있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그래서 따라가기 더 쉽고, 그 세계는 이 세계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아는 이야기니까요.
모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아는 이야기로 푸는 녀석. 정말 친절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구조는 우리가 배워온 대로- 그러니까 보통 추리하는 생각 그대로 정직하게 라는 뜻이죠. – 진행되며, 단순하기 때문에 그 의미와 의도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쯤에서 이 학생이 자신과 다른 이들을 칭하는 이름과 방식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그리고 매우… 매우… 정말…. 자신을 드러내는 욕망… 그… 아아아아 중2중2합니다! 네 중2병이죠. 우와 이녀석 하고 긴장하게 만듭니다. 우수한 나 자신에 취해 타인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어, 생각해보면 일부 소설과 굉장히 흡사하네요. 후후 우수한 나님의 멋진 추리로─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 말이죠.
문장은 산뜻하고, 읽기 쉬우며, 친절합니다. 읽어 내려가는 동안 눈을 떼기 어렵고, 약간 얄밉거나 오글거릴 정도의 이녀석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전작부터 느낀거지만, 이산화 님은 어울릴듯 안어울릴듯 한 재료들을 섞어서 결합시키는 이야기를 정말 재밌게 쓰십니다. 읽으면서 이거 무슨 맛이 날까 예측할 수 없는 분자요리 같은 느낌이죠. 대체 뭔데 이거.
추운 계절, 한적한 복도 끝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를 문득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뻔히 그 복도 끝에 뭐가 있는지, 어떤 교실이 있는지 알지만, 그래도 가 보는 느낌처럼 말이죠. 읽으면서 다시 돌아 볼 수 밖에 없었어요. 싫어했지만 생각보다 싫어할 수 없었고, 좋아했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할 수 없었던 곳. 안타깝게도 제가 다닌 학교에 연못이 없었는데, 연못이 있었다면 소설을 읽다가 춤을 췄을 것 같아요. 아쉬워라.
오펜과 텔러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각기 상상한 모습을 그려내고, 읽고 나서 깔끔하게 끝나지를 않네요. 좋은 의미로 말이죠. 정말이지 지금도 저는 여기 나오는 아이들의 성별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부분]라고 생각하는데, 님들 당연히 커플링은 [삐이이이─]지 어떻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걔네 도서실에서[■■■■■]했음. 진짜에요, 제가 봤거든요.
그리고 아름답습니다. 더 할 말이 없었죠. 너, 나 우리 모두가 항상 바라고 꿈꿔 왔던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파이트클럽 영화가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선을 그어 외쳤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 없어진 세기말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죠.
자기 자신에 의한 세계의 정의,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존재를 만나는 순간의 짜릿함, 추리와 과학,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계속 머뭇거려지네요. 혹시나 싶어 사전을 보고 왔는데요, 거기서는 불이 일어나며 갑작스럽게 터지는 것. 물질이 급격한 화학 변화와~~~ 파괴작용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뜻이 있거든요. 속에 쌓여 있던 감정따위가 일시에 세찬 기세로 나옴. 힘이나 열기 따위가 갑작스럽게 퍼지거나 일어남. 이렇게 적혀 있어요. 이건 내내 이야기 했던 파괴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건 그렇고, 저도 작중에 나온 여러 자료들 보고 싶네요. 학교는 뭐 이미 오래전 이야기고, 다른 곳에 좀 필요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과학적 호기심 때문입니다. 하하, 정말이에요. 진짜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