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를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작가에게 앙큼하게 속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단한 반전이건 소소한 반전이건 그게 어떤 거든 내가 생각지 못한 것, 내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기를 바라는데 이 작품은 그런 작품 중에 하나였다. 나는 작가가 깔아둔 복선 같은 것도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지 전혀 결말과 연관 짓지 못했다.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이해해가는 주인공처럼 나 역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읽어나가고 있었던 거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믿게 만드는 설득력이 놀랍다는 얘기겠지만) 그래서 반전이 더 놀라웠고 그래서 더 이 소설이 달리 보인다.
작가프로젝트에 참가한다고 관심이 생겨서 이미 출판 예정작이라는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 얼마나 대단하면 출판이 될까?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읽어나가다가 또 푹 빠져버렸다. 난 왜 맨날 빠지는 것이냐? 냉철한 눈! 냉청한 눈!을 외치지만 역시 안 된다.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나게 된 이상한 존재 봉봉과 프랑. 한 몸이면서 완전히 다른 그 존재는 정말 흥미로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누군가의 뒤통수에서 불쑥 얼굴이 나타나고… 이건 그냥 주인공이 정신이 혼미해서 헛것을 보거나 상상력이 너무 풍부해서 음악시간에 한 상상인가 했으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존재를 반기는 반 아이들의 반응에서 이건 뭔가 색다른 이야기구나 예감했다. 오히려 뒤통수의 인면창을 거부하는 것 같은 아이는 바로 본인인 봉봉이고 더구나 더 놀라운 건 모두 프랑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봉봉을 못마땅해 한다는 거다.
이 신기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내내 학교 내 왕따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 이런 방식으로도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구나 우선 놀랐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 상상력에 또 한번 놀랐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폭력에 방조자가 돼 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또한 자신도 봉봉보단 프랑이 더 좋다는 고백을 하는 것에선 아휴, 한숨지었다가 결국 봉봉을 돕기로 하는 장면에선 어 저러다 주인공까지 왕따 당하면 어쩌지 조마조마했다가 계속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한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그런 주인공에게 계속 친절하기만 하고….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보고 들어 왔던 익숙함이 하나도 들어맞질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다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도 한때 약한 몸 때문에 왕따 경험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더 봉봉에게 마음이 쓰이고 도와주려고 적극적이다.
‘그때 당한 괴로움을 머리와 몸이 기억한다. 누구라도 도와줬으면 하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괴롭히는 가해자보다 멍하니 바라보는 방관자들이 더 끔찍했다. 난 결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난 이 마음가짐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아이들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위화감, 무리가 주는 공포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아니 어쩌면 어른들도 이미 어린 시절에 그런 것들을 다 경험했지만 모른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론 가해자 편이었고 가해자였다면 더더욱. 피해자였어도, 방관자였어도 역시 그 부끄러움이나 죄책감 때문에 나도 그랬어, 하고 선뜻 고백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할 테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역시 학교폭력에 방관자들임에는 분명하다. 양심이 콕콕 찔리는 가책을 느끼며 계속 읽다보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현실.
봉봉의 안타까운 노력과 도와주고 싶은 주인공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든 일은 반 아이들과 프랑의 뜻대로 흘러간다.
마침내 외딴 집에서의 봉봉의 고통이 극대화 되고 난 다음 – 이 과정은 정말 기괴하면서도 끔찍하고 무서웠다.- 모두가 원하고 사랑하는 프랑이 승리한다. 감추고 싶은 나를 버리고 갖고 싶은 나가 되기 위해선 저런 끔직한 고통이 수반돼야 한다는 걸까? 여성들이 고통을 참으며 성형수술을 감행하고 혹독한 다이어트에 매달리듯이? 그런 건가?
이 소설의 압권은 역시 마지막의 반전이다. 아흑, 정말 이런 앙큼한 속임수를 …. 정말 이 소설을 사랑해버리고 말게 되잖아.
좌우 구분이 되는 욕실화를 며칠 동안 계속 바꿔 신고 있었던 난 문득 소름이 돋았으며 어디선가 문득 노랫소리가 들리면 화들짝 놀라버리며 어딘가 신의 사탕이 떨어져 있는 건가? 주변을 샅샅이 흘깃거리고 … 이런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 소설의 진정한 페해는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