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고2 강준희군 대 우주대마왕 (작가: 김태연, 작품정보)
리뷰어: , 18년 9월, 조회 72

제목부터 참 어렵습니다. 고2 강준희군 대 우주대마왕. 저는 특이한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소설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뭔가 굉장히 특이한 내용이 전개될 것 같은 제목이었죠.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서도 제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길다면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고2 강준희군과 우주대마왕이 나오는 굉장히 독특한 SF이자 로맨스 소설이었죠.

이 소설은 특이합니다. 달리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솔직히 너무 특이해서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어떤 요소들도 얻어갈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과 사건과 갈등 혹은 반전 같은 것들 말입니다. 무난한 도입부를 지나 강준희군이 세 가지 질문을 풀어나가고 결말부에서 세계를 구합니다. 흥미진진한 요소가 아주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주목받지는 못합니다. 서술이 정말 특이하기 때문입니다.

맘마 미아! 이 소설의 진정한 포인트는 바로 정신없는 서술입니다. 일반적으로 소설은 특정 인물에 중심을 맞추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저는 당연히 이 소설 역시 강준희군을 중심으로 쭉 이야기를 풀어나갈 거라고 예상했지요. 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중간중간 웬 이탈리아 인들이 소리를 지르지 않나, 학교 음악부가 환영공연을 벌이지 않나. 정신이 없습니다. 아니, 맥락이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한참 진지하게 세계멸망에 대해 다루고 있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서술은 작중 긴장감을 전부 날려버립니다. 대신 저는 딱 한 가지 생각만 계속하고 있었죠. ‘이게 뭐야?’

게다가 강준희군의 말투는 거침없습니다. 어마어마한 힘을 지닌 우주대마왕 앞에서 머리를 거쳐 나왔을까 의심될 정도로 날것의 표현을 마구 내뱉죠. 유명한 우주대마왕인 그레이트 올드원들이 보았다면 배를 잡고 웃었을 법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소설 장르가 코즈믹호러가 아닌 덕분에 강준희군은 우주대마왕에게 살아남습니다. 태그에는 #코즈믹호러가 붙어있긴 하지만요. 우주대마왕은 온통 황당한 질문에 정신이 팔려있는 덕분에 화를 내지도 않고, 의문을 가지지도 않은 채 퀴즈쇼 진행자처럼 이야기를 진행시키죠. 그런 대마왕의 행적을 전 세계인들은 생중계로 감상합니다. (여러 나라 언어)이렇게 번역돼서요. 글의 황당무계함을 더하는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글이 워낙 특이하다보니 재미에 대해 이야기하기 껄끄럽습니다. 저는 황당함이 재미있었거든요. 하지만 진지하고 논리적인 글을 원하는 분들은 이 소설이 엉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애들 장난 같은 소설이라고요. 하지만 맥락 없는 황당함을 유쾌함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말미에 친절하게 태그까지 붙여뒀더군요. #이게 뭐야.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더욱 저를 혼란에 빠트린 건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글의 말미에 엑스트라 스토리가 있습니다. 읽어도 그만 읽지 않아도 그만이라 설명했지만 세계관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은 작가의 다른 이야기들을 찾아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일 다른 작품들 역시 이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황당하다면 저는 실컷 낄낄대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