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저번에 리뷰 했던 이시우 작가님의 단편 소설 ‘괴물의 아내와 28층의 기사’를 보고 나서 접하게 됐다. 장르는 추리/스릴러로, 고등학생 남녀가 한 여성의 시체를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작중 이야기의 화자인 ‘이영’은 평소대로 학교를 가던 도중, 골목길에서 한 여성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마찬가지로 목격자인 ‘김세연’이 함께 한다. 과거 부모를 화재로 죽였다는 거짓 소문과 전과로 인해 용의자로 의심을 살까봐, 이영은 김세연에게 경찰 신고를 부탁하고 자리를 피한다. 하지만 이영이 학교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이미 인터넷 상에 시체를 앞에 두고 서있는 이영의 모습이 찍힌 사진들이 돌아다니며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된다. 이영은 뛰어난 해커이자, 같은 목격자인 김세연에게 조언을 구한다. 김세연의 조언을 통해 이영은 자신의 사진을 유포시킨 CCTV회사 사장에게 전화해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뒤부터 이영은 ‘동호회’라는 정체불명의 사람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당하며 쫓기게 되는데…
이 작품은 작가님의 단편 소설인 ‘동호회’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동호회’에서의 화자는 ‘과외활동’에서도 잠깐 나오는 ‘안 부장’이라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단편 소설은 신기하게도 ‘과외활동’에서 주인공들의 적으로 나오는 살인 단체 동호회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역시나 ‘과외활동’에서 적으로 나오면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먼저 접해서 그런지, 반가우면서도 왠지 ‘과외활동’의 두 주인공들이 걱정스러웠다. 단편 소설에서도 나왔지만 동호회는 ‘선생’이란 리더 격인 인물을 통해 살해 대상 납치, 운반, 살해, 뒤처리 등을 빈틈없이 처리하는 단체기 때문이다. 물론 ‘괴외활동’에서는 동호회 인원들 중 몇몇이 선생의 지시 없이 일을 꾸미면서 두 주인공들이 사건에 엮이게 된다.
작중 김세연은 이영을 위기에서 구해주며, 뛰어난 해킹 실력으로 신기를 보인다. 겉보기에는 전형적인 차갑고, 천재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하지만 이영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고 감탄하며 치켜세워주자, 보일 듯 말 듯한 우쭐함을 드러내는 건 그 나이 대 고등학생의 모습을 느끼해 해준다.
이영은 얼핏 보면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고통에도 굴하지 않는 근성과 물고 늘어지는 끈질김이 내재돼있다. 보통 10대가 주인공인 작품에서 김세연과 같은 천재이지 않은 이상, 이영 같은 캐릭터들이 본인 나이대보다 뛰어나거나 고통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이면 독자로 하여금 어색함이 느껴지게 한다. 그렇게 된 이유나 뒷배, 혹은 따로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어떻게 평범한 고등학생이 저럴 수 있어?’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작품에서도 그걸 염두하고 초반부터 조금씩 이영의 과거(부모가 죽은 화재 사건), 사람을 공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과감함과 거친 입담(매일 다른 학생들과 싸움), 왜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삼촌의 폭력), 오토바이 운전 실력(오토바이 도난 전과) 등을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독자들은 읽으면서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 ‘아, 얘라면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드럽게 이어나가게 된다.
마찬가지로 동호회 인원들의 살인중독도 처음에는 협박, 회유에 의한 주저함 가득한 마음으로 시작된다(오히려 이 부분은 ‘과외활동’보다 ‘동호회’에서 더 잘 나온다). 하지만 점차 일을 처리하면 처리할수록 살인현장에 익숙해지고, 본인들도 점차 살인을 하고 싶게 된다. 그러다 사람 한 명을 죽이고는 더욱 더 다음 살인을 갈망하게 된다. 불과 몇 일 전까지는 평범했던 사람들이 얼마 안 가 살인에 중독되는 것이다.
동호회의 리더인 선생은 그런 동호회 인원들을 이용해,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한다. 선생은 스스로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라 생각하며,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다본다. 물론 전형적인 악당 캐릭터로 볼 수도 있겠지만, 동호회라는 단체와 시스템을 만든 사람으로서 충분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이영과 김세연 두 주인공의 공조는 작품태그에도 나왔듯이 제대로 된 탐정듀오라 할 수 있다. 얼핏 초반에는 이영이 김세연의 지시에만 따르는 조수처럼 보이지만, 점차 사건이 진행될수록 이영은 김세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타개책을 강구한다. 물론 여전히 머리 쓰는 것과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건 김세연이다. 하지만 이영도 단순한 보조역이 아닌 듀오로서 대등한 모습을 보이며, 둘의 공조는 사건이 끝날 때까지 듀오답게 환상적으로 이어진다.
이전에 리뷰 했던 ‘괴물의 아내와 28층의 기사’와 이번에 접한 ‘과외활동’, ‘동호회’에서도 그랬지만, 작중에 등장하는 도로, 지명, 오토바이 및 차량들까지, 어느 것 하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작품들은 이런 장면들을 처리할 때 어색하게 한다. 마치 평소 운전을 안 해본 사람인 것처럼. 하지만 작가님의 작품들에서는 이런 도로 주행이나 사고 장면들이 어색함 없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다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음을 읽고 싶다’였다. 그만큼 두 주인공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고, 동호회라는 적들의 설정도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최종 보스인 선생보다, 평범했던 사람들이 살인 중독에 이르는 그 모습이 더 소름끼쳤다. 36화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깔끔한 이야기였지만, 작품을 재밌게 본 독자로서 이영과 김세연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전에 리뷰 했던 ‘괴물의 아내와 28층의 기사’와 같이 이 작품도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독자를 매료하는 요소였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