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nekizlab, 18년 8월, 조회 120

학창 시절은 위험한 기간이죠. 특히 중학생 무렵이 더욱 그렇습니다. 몸집도 커졌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어느 정도 익혔지만 아직 한 사람의 인격으로 충분히 대우받진 못하는 나이니까요. 그 나이때 맞닿뜨리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도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별 도움이 되질 않죠. 대개는 그 문제들이 뭔지 이해 자체를 못 하니까요. 그 나이 언저리대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소설, 영화, 만화, 드라마와 같은 매체들이 계속해서 새롭게 등장하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누군가 분명 겪었고, 또 겪고 있을 문제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야말로 작가가 세상에 기여해야 할 역할일 테니 말이지요.

<전교 1등이 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어느 중학교의 ‘전교 2등’인 홍엽이란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늘 전교 2등을 하는데 문제될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그렇진 않죠. 그 나이대의 모든 청소년에게는 자기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고, 그것은 세상 그 어떤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죠. 여기서는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는 문성이에 대한 ‘질시’가 바로 그거에요. 다만 주인공인 홍엽이는 자신이 그것을 정확히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실 잘 모릅니다. 그저 자신이 전교 1등을 하면 그 모든 것이 자연히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있을 뿐이죠. 지아를 만나고, 방송실에서 매복하고, 별 거 아닌 실수로 속내를 들킬 뻔 하는 등의 좌충우돌 하는 에너지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고 봐야합니다.

그런 부분을 잘 이끌어낸다는 점이 이 소설 최대의 장점입니다. 1인칭 화자의 내적 독백만으로 이루어진 스피디한 서술이 그 점을 더욱 강화해주죠. 사용되는 어휘들의 수준이 (중학생답게)결코 높은 편만은 아닌데, 개중 언듯언듯 비치는 문어(文語)에 가까운 비유들이 (중학생다운)화자의 불안함을 되려 더 잘 나타내줍니다. 화자의 행동 – 시각적 묘사 – 화자의 판단 순으로 일원화된 서술 전략도 거기에 한 몫 거듭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작품의 약점이자 미숙함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거기 잘 맞는 인물을 찾아냈을 때 그건 더 큰 파괴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요. 좀 더 치밀하게 행동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글쎄요, 그런 걸 생각하지 못하니까 ‘중학생’인 거겠죠. 저는 이 점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여기서는 그래야 하는 거니까요.

중반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서스펜스가 훌륭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 화자를 미리 던져둔 후 능청스러운 공간 묘사로 그 개연성을 깔아두는 점이 대단해요. 단편소설에서 이런 걸 보긴 좀 어려운 편인데요, 대개는 주인공의 심리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하게 서술하려다보니 긴장이 유지되는 타이밍을 놓쳐버리니까 그렇게 되죠. 과도한 상징이나 비유없이 ‘2층 복도’라는, 단순하다면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공간 하나 그 자체로만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결말은 약간 아쉽습니다. 충분히 자체적으로 개연성을 갖고 전개되던 이야기가 ‘인상적인 결말’을 위해 뭉그러졌다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져요. 마지막 파트에서 시간의 전후관계를 일부 뒤바꾸는데요, 이게 앞서 ‘정직하게만 진행되던’ 서술의 힘을 크게 약화시킵니다. 물론 작품이란 전개 그 자체보다는 결말로만 기억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군요. 비중있게 묘사되던 보조 캐릭터 ‘진성’이 제대로 자기 역할을 다 못 끝마치고 사라지는 것 역시 안타깝습니다. 여기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용된 방법들과 이 결말은 역시 서로 잘 안 맞아요.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보자면, 사실은 이 결말이야말로 ‘실제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일 수도 있겠죠. 바로 며칠 전에 뉴스가 된 ‘학교의 묵인하에 시험지를 빼낸 유력자의 자식’ 같은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학교란 아직도 ‘정글’이고, 불행하게도 그런 인식이 아주 틀렸다고는 말하기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어쩌면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현실적 문제를 동시에 지적하고자 하는, 한 편의 야심만만한 교훈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목적 의식 자체가 고매한만큼, 그 범위도 조금 더 좁혀서 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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