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휴가에서 돌아왔어요. 여기는 지옥같은 곳이거든요. 아니 유권조를 천재라 부르는게 동어 반복이듯이 여기를 지옥같은 곳이라 부르는 것도 일종의 동어 반복이긴 합니다. 사설이 좀 길었네요. 오랫만에 데일리 던전 한국어 판을 펼쳤는데 특이한 기사가 있네요. B씨가 무사 할 거에요. 저는 거의 확신합니다. 어째서냐고요?
이번에 간 곳은 지구에선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요. 이름을 알려드리고 싶지만 저의 소중한 곳이라… 아실 분들은 알 거에요. 덜롱들을 만나긴 좋은 그곳이요. 여행지에서 만난 덜롱, 작은 작은 작은은 날카로운 재치와 유창한 화술로 이야기를 나누기 되게 좋은 친구였어요. 거기다 시간당 지불해야 할 가격도 8로이트 뿐이고요. 관광지의 전형적인 풍경이죠.
대화 도중에 그 친구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꼬리(적당한 표현이 없어요. 덜롱들을 본 분들은 이게 어떤 신체 부위인지 상상할 수 있을 거에요)를 세우더니 막 편지를 쓰더라고요. 2와 5/4 로이트에 그걸 팔려 하더라고요. 이걸 51 지판으로 깍기 위해 제가 얼마나 큰 노력을 했을지 말하고 싶지만,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갑시다.
휴양지에서 돌아와 데일리 던전 한국판을 펼치니 이 편지가 어떤 의미인지 알거 같아요. 다른 분들을 위해 공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B에요. 데일리 던전에서 특별 기획 코너를 맡고 있죠. 오늘의 던전, A to B, 당신의 던전, 그 외에도 지면에 나간 적은 없지만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여가시간도 반납하고 A씨와 함께 정말 많은 일들을 했네요. 하지만 독자분들의 투고가 적으니 흥이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투고 좀 많이 해 주세요. 그게… 아무래도 요즘 모험가가 유망한 직군이 아니라. 부실 모험가 양성소의 폐쇄 문제도 있고, 신규 모험가가 없어 연금이 고갈된다는 소문이 계속 돌고 있으니까요. 언젠가 연금이 끊기고 저축이 떨어지는 날이 온다. 그날엔 죽는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요.
저는 새로운 모험을 하고 싶습니다. 걱정 마세요. 저를 찾지 말아주세요. 기회가 된다면 또 연락하겠습니다.”
덜롱들의 필체는 참 특이하다니까요! 하여간 B씨는 무사한거 같습니다. 물론 이게 다른 시간축에서 온 편지일 수도 있지만, 워낙 베테랑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에요.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B씨의 안위가 아니라 중년의 위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