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앞에 선 평범한 사람들의 비겁함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11월의 마지막 경기 (작가: 송이문, 작품정보)
리뷰어: 잭와일드, 18년 8월, 조회 106

인간의 삶은 평범한 사건들이 빚어낸 기적이고 역사다.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삶의 순간 순간들이 누적되어 이루어진 인생은 누구에게나 값지고 귀한 것이다. 그런 순간 순간들이 모여서 시간과 역사를 이루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개별적 세계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삶을 살아가며 의도의 유무를 떠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해를 끼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서로의 고유한 존재 방식, 상실과 결핍의 기억들은 우리 각자를 섬으로 만든다.

’11월의 마지막 경기’를 읽으며 어쩌면 세상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가시화된 폭력과, 권력화된 악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악의 없는 무심함, 선의와 배려로 포장된 무례, 자기기만과 이기적 방어기제 등이 누적된 결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상처와 균열은 삶을 영위하고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부정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무해한 존재였다는 자기기만과 진실에 대한 외면이, 그 오만한 태도와 피상적 단면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 세상의 진화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11월의 마지막 경기’의 화자는 지나온 삶 중 가장 뜨거웠던 시절 부조리와 관계의 단절이 남긴 균열의 흔적들을 세월이 지나 되새기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시적이고 의도된 폭력과 함께 가시화되지 않은 무의식적인 폭력을 함께 조명한다. 우리는 때로 눈앞의 폭력과 부조리에 침묵함으로서 가해자 보다 더 가혹한 말을 했었다는 것을, 지금까지 애써 부정해 오던 잔인한 진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가시적 폭력의 가해자는 무속신앙과 초월적 존재의 힘에 의해 응징되었지만, 부조리 앞에서 침묵했던 주인공이 늙고 추한 모습으로 여전히 과거 속에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가시적인 폭력의 파괴력을 넘어서는 비가시적 폭력의 힘을, 그 지난한 세월을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은 편견과 관습의 실재를 느꼈다. 가시적 폭력에의 응징으로도 정화될 수 없는 주인공의 가책의 무게가 느껴졌기 때문일까?

인간은 절망 속에서도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초월적인 존재를 통해서도 구원 받거나 치유 받을 수 없는 오직 사람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존재함을 나는 믿는다. 밝은 곳에서는 어두운 곳이 잘 보이지 않지만, 인간은 서로간에 존재하는 적당한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과 온기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부조리에 앞에서 용기를 더 냈다면 어땠을까? 충격적인 이야기 속에서 슬픔과 연민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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