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은 세계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겨울 이야기 (작가: 바르데, 작품정보)
리뷰어: 일요일, 18년 8월, 조회 77

<겨울이야기>의 작가에게는 본인이 보고 싶어하는 세계가 있다. 이 세계에는 그것이 눈처럼 착실하게 쌓이고 있다. 도입부의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말한 화이트크리스마스는 어느순간 등장인물이 입을 벌려 맛보고 싶은 눈처럼 아련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글 전체가 누군가의 마음에든 완벽하게 맘에 들진 않지만 크리스마스라서, 좋아하는 것이 잔뜩 나와서, 낭만적이라서 용납될 거 같은 아름다운 분위기가 있다. 눈이 내리는 풍경과 편안하게 녹아들 수 있는 이불속, 언젠가부터인지 모르게 사귀고 있는 사람, 사랑하는 부모님과의 아침풍경 같은 것들 사이에 고민은 얇게 숨겨져있다.

등장인물에게는 분명히 고민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 세계에는 특별히 이야기하기 힘든 위화감이 있다. 위화감이 있는 곳은 거의 매 장면처럼 보인다. 은혜는 세민과의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이나 사건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영화관 데이트나 세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뿐이 아니라 부모님과의 아침식사에서 은혜엄마가 가진 무서움, 엄마가 무언가 싫어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 은혜의 태도, 은혜가 이야기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가혹하고 짧은 평가나 세민이 은혜에게 왜 좋은 사람인가에 대한 평가, 종잡을 수 없는 꿈이나 모자, 영화에 대한 이야기. 이런 것은 어쩐지 진공상태 혹은 시간이 멈춰진 상태의 어떤 지점에서 무언가를 두려워하면서 쓰여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그 두려움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고 글을 끝내버린다. “좋은 기억만 남기자”같은 말 뒤에는 뭔가 끔찍하고 회상하기 싫은 것, 말해지지 않은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부분들이 밝혀졌다면 이 겨울이야기가 은혜나 세민이 좋은 기억만 남기려고하는지 알 수 있었을 것 같다.

그 모든 위화감은 어떤 시작의 도입부에서 멈춰있는 것 같다. <겨울이야기>는 불안하고 두려운 어떤 감정을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있고 “좋은 기억”을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 이 세계를 어떻게 다룰지 작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글의 분량이 그걸 다 이야기하기에는 짧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고 작가나 등장인물이 망설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야기가 다른 등장인물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 작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겨울이야기>의 세계는 지금 위태롭게 멈춰있다. 영원히 이 상태에서 멈춰있을 수도 있고 혹은 앞으로 나갈 수도 있다. 앞으로 나간다면 이 위태로움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부모님과의 전쟁이든 세민과의 전쟁이든 혹은 은혜 자신과의 전쟁이든 선물과도 같은 이 지겨운 크리스마스와의 전쟁이든 뭔가가 일어날 것이다. 재밌어질만한 포인트가 엄청 많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일어나더라도 좋을 것이고 그중에 하나만 일어나더라도 재밌을 것이다. 이대로 멈춰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더라도 괜찮다. <겨울이야기>의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취향이나 인물들의 성격은 작가가 무엇을 추구하고 싶은지 말해준다. 작가가 자기자신의 취향이나 방향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면 그것은 매우 성공적인 시도가 아닐까. <겨울이야기>의 세계의 위태롭고 권태로운 아름다운 세계는 아직은 괜찮다. 미래에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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