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객관적인 리뷰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
예, 노력만 가상합니다.
이 리뷰는 2부: 전갈과 아가씨 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 로망입니다. 일단 SF로 분류되긴 하는데 정작 내막은 판타지에 가까운 신(혹은 그에 근접한 존재)과 영웅에 대한 우주적 신화죠.
이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SF적 요소라고 해봐야 우주선과 가끔 나오는 총기뿐이죠. 나머진 전부 엘프 나오고 늑대인간 나오는 판타지와 다를 게 없습니다. 하기야 당연합니다. 원래 그런 장르인걸요. 하지만…
이번 리뷰 작품은 ‘별의 여행자’, 젊은 퇴역 기사 엘과 모든 것을 가졌다 잃은 소녀 타라의 이야기입니다.
[ 스포일러 주의! ]
세계관 –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서두에서 말했듯 스페이스 오페라와 정통(?) 판타지는 별반 다르지 않은 장르입니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과 스타워즈는 배경과 디테일만 다를 뿐 전체적인 틀은 똑같죠. 둘 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신화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똑같을 수는 없겠죠. 판타지가 작품마다 제각각의 개성을 가지듯, 스페이스 오페라도 작품별로 분위기가 다릅니다. 영웅 신화 플롯을 그대로 따온 스타워즈, 모험의 스타트렉, 마블 세계관의 유쾌함을 담당하는 가오갤 등등… 스페이스 오페라는 막대한 상업적 성공과 톡톡 튀는 개성으로 당당히 SF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했죠.
그러면 이 작품을 다른 작품과 구별하는 특징은 뭘까요. 1부, 기승전결 하나가 끝나는 26화 동안 전 그것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저는 이 작품만의 특징을 찾지 못했습니다.
우주라는 배경이 가질 수 있는 개성의 부재
무인 가문이 많다. 기사라는 구시대의 잔재가 아직도 존재. 테라(인간)가 주 종족이며 엘프 같은 넬과 늑대인간 로아,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에냐라는 종족이 공존하는 ‘테라 연방’이 주 무대
저 구성을 배경만 바꿔서 판타지 세계에 집어넣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근간이 SF인 만큼 우주선이 존재하고 여러 행성이 존재하지만, 솔직히 행성 간의 구분보다는 편리함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판타지 세계를 짤 때는 현실 세계의 환경적 특성, 정치적 역학관계 등에 따라 여러 국가와 종족을 적지적소에 배치하고 디테일을 넣어야 하죠. 어느 장소는 춥고, 어느 장소는 덥고. 어디에선 쌀이 나고 어디에선 밀이 나며 어디에선 철광산이 많다. 또 어디에는 고대의 용이 텃세를 부려 살기가 팍팍하다 등등…
그러나 이 작품에서 나오는 행성들은 그저 칸막이 기능만 할 뿐입니다. 작가님 묘사력이 좋은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결국 행성마다 나오는 건 기승전’뒷골목’입니다. 어느 행성이든 현실의 우리 세계처럼 도시가 존재하고, 빈민이나 범죄자가 들끓는 뒷골목이 있습니다. 다른 점은 기껏해야 날씨나 도시가 번화한 정도죠.
테라 연방의 기술력이 엄청나서 행성들을 죄다 테라포밍한 게 아니라면… 설사 그랬다 해도 작중 여러 행성 환경이 천편일률적인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리고 세계관 구성에도 도움이 안 되죠.
이를테면 중력이 작은 행성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아마 이 행성의 동식물은 지구보다 크기가 크겠죠. 지구에 비해 생물의 골격이 약할 테고, 지구와 무게를 재는 기준도 다를 겁니다. 지구에 비해 공기, 특히 산소 밀도가 높은 행성이라면 적절한 조치 없인 죄다 산소 중독으로 실려 갈 테고, 지네 같은 절지동물이 미터 단위로 자랄 수도 있겠죠. 식물이 크게 자라고, 하늘을 나는 생물이 지구보다 훨씬 커질 수 있을 테고, 화재가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겁니다. 또 행성 자기장이 너무 약해 틈만 나면 태양풍이 불어올 수도 있고, 반대로 자기장이 강하고 대기마저 짙어 24시간 우중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우중충한 배경이라면 자외선이 약해서 기존 작물이 자라지 못하고, 사람들은 인공자외선 따위로 일광욕을 즐기겠죠. 가끔 해가 나오는 날에는 여름 해변마냥 일광욕 퍼레이드가 벌어질 수도 있을 테고요.
작가님의 묘사력이나 세부 설정덕에 디테일이 모자라진 않습니다. 그러나 세계가 현실 지구의 도시를 그대로 복사해놓은 듯한 모습이어서 개성이 느껴지지 않아요. 개성 있는 배경은 곧 개성 있는 디테일을 부르고, 개성 있는 디테일은 개성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로 이어집니다.
검? 기사? 가문?
이 작품의 중심 소재 중 하나인 검도 스페이스 오페라와 같은 로망입니다. 더 만들기 쉽고, 더 싸고, 더 다루기 쉬움은 물론 대부분 상황에서 더 강력한 창이 있음에도 ‘멋’ 하나로 비중을 다 잡아먹은 축복받은 무기죠. 이 멋이 어찌나 사람들을 매료시킨 건지 총이라는 압도적인 병기가 등장한 이후에도 작가들은 별의별 설정을 붙여가며 검을 써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선 그 ‘별의별 설정’이 보이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검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요. 예를 들어 스타워즈의 제다이들은 ‘포스’를 가진 초인입니다. 애초에 일반인과 규격이 다르기에 총기 따위에 의지하지 않는다! 라는 멋들어진 설정이 붙어있죠. 다른 예로는 네이버 웹툰인 나이트런이 있습니다. 나이트런 세계관은 수틀리면 핵샤워를 남발하는 세기말임에도 AB소드라는 검과 기사단이 당당히 주 전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직 AB소드만이 인류의 주적인 괴수들의 쉴드를 뚫고 데미지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별의 여행자의 기사는 그냥 잘 훈련된 인간일 뿐입니다. 더구나 그들이 다루는 검도 그냥 쇳덩이로 추정됩니다. 작중에서 냉병기가 화병기보다 우월한 면이 하나도 없습니다. 항성 간 이동이 자유롭고, 행성 단위 배리어까지 구현된 세계관에서, 그것도 국가 전력이 냉병기를 사용하는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작중 묘사만 봐선 기사단 하나가 기관총든 괴한에게 전멸해도 이상하지 않던데요. 당장 주인공 엘과 암살자의 결투를 보면서도, 대체 왜 암살자가 권총을 꺼내 쏴버리지 않는 건지 의아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무를 계승하는 ‘가문’ 이라는 설정도 어색합니다. 똑같이 기사가 존재하는 나이트런에서도 무도 가문이 많지만, 거기엔 그럴듯한 설정이 있습니다. 아예 유전적으로 선별된 자일 가문, 동방에서 기원한 듯한 근접 육탄전이 특기인 마이어 가문, 태양과 같은 열기를 뿜어내는 초능력을 가진 레온하르트 가문 등등… 기사만이 가질 수 있는 ‘타고남’이 드러나는 가문들이 등장하죠. 그런데 작중 등장하는 노튼 가문은 그냥 돈 많은 군사 귀족으로만 보입니다. 쌍검술이 특징이라는데, 애초에 저 세계관에 검을 쓰는 이유도 모르겠고, 쌍검술도 딱히 독특한 설정이 아니죠.
그래서 결국,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작가님의 세계관은 깊은 고뇌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나 진짜 보여줘야 할 설정들이 무엇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으신 거 같아요. 좋은 세계관은 독자들에게 각인되어야 합니다.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예로 들자면 광선검부터 떠오르는 스타워즈, 다양성으로 상징되는 스타트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흥겨움, 전쟁 한번에 억 단위가 죽어나가는 나이트런 등 잘팔린 세계관은 그 자체로 독립된 개성을 가지고 있지요. 어떤 것을 보여줘야 이 작품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지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잘 만든 세계관과 잘 팔리는 세계관은 완성도 이전에 ‘보여지는 이미지’에서 차이가 나니까요.
스토리텔링&캐릭터 – 무엇을 숨길 것인가
작가님의 장점을 꼽자면 단연 깊이 있는 감정묘사입니다. 반면 단점은 그 장점으로 모든 부분이 도배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 작품은 분량에 비해 사건 전개가 느린 편입니다.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엄청난 분량이 소요되고, 내용 대부분도 엘의 과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심리묘사만 있고 제대로 된 재미의 줄기가 없다는 겁니다.
재미란 사람마다, 또 장르마다 다릅니다. 미스터리한 떡밥을 좋아하는 사람, 스릴을 좋아하는 사람, 독특한 설정과 아이디어를 좋아하는 사람, 매력적인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 등등. 작품은 작품마다 어필요소를 가지고 있지요. 이 작품의 경우 주인공, 엘과 타라의 심리묘사가 중심인 만큼 캐릭터가 중요한 소설입니다. 즉, 캐릭터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재미의 줄기라는 뜻이죠.
매력적인 여왕의 새싹, 타라
작품의 서브 주인공인 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일단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이야기가 주된 골자인 만큼 독자가 공감하고 감정이입하기 쉽습니다. 대사가 2% 오글거리긴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기도 하고, 똑똑하고 주관이 확실해서 행동이 시원시원하죠. 일반인과 다른 사고방식과 뭇사람의 궁금증을 일으키는 과거와 능력, ‘어둠의 여왕’이라는 (다른 사람이 일방적으로 정했지만)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장대한 목표 등, 개성 있는 주인공이 갖춰야 할 요소를 거의 다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분량이 적은 만큼 관련 스토리도 압축되어 있습니다. 밝았던 성격을 차갑게 만든 과거는 몇 문단만으로 정리되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가족의 몰살과 쫓김이라는 플롯은 정석이기에 효과적입니다. 게다가 가족이 몰살당한 충격에 혼란스러워함에도 끝내 이성을 놓지 않는 냉철함,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고 또 그걸 내심 즐기는 듯한 살벌한 면모 등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아픈 과거를 가진 퇴역기사 엘
반면 이 작품의 메인 주인공이자 분량 대부분을 차지한 엘은,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별다른 매력이 없습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시작부터 목표와 동기는커녕 사건도 없습니다. 그냥 고향(?)에 돌아와서, 거기서 우연히 만난 에밀리아라는 소녀를 가르치고, 또 우연히 그녀를 구해줘서 친분을 쌓습니다. 소꿉친구인 마야와 만나고 분리주의에 관한 떡밥을 듣고 우연히 암살시도를 막죠. 평범한 일상 수준의 이야기가 쭉 진행되니 긴장감이고 궁금증이고 없습니다. 즉, 독자가 매달릴 곳이 없지요. 마지막에 와서야 마야 암살시도라는 주요 사건이 터지지만, 그게 끝나기 무섭게 과거로 이야기가 넘어갑니다. 시작부터 독특한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또 긴박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던 타라 쪽 이야기와 비교하면 영 심심합니다.
또한 엘 이야기의 상당한 분량이 설정 ‘설명’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엘이 기사를 그만둔 이유. 충분히 떡밥으로 남겨도 되는 설정을 굳이 구구절절 설명해줍니다. 아예 1화에 저 테러 사건을 넣어서 독자의 관심을 끌던가, 아니면 나중에 적절한 타이밍에 해소할 떡밥으로 남기는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PTSD에 시달리는 군인이라면 자기 과거를 저렇게 쉽게 떠들리가 없고요.
또한 다른 안 좋은 예로 넬 사제와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구구절절 설정 설명인 건 물론 엘과의 만남도 그냥 길 가다 만난 수준입니다. 작품소개를 보면 엘이 여러 행성을 떠돌며 기사단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 이어질 거 같은데, 그런 조사 중간에 사제와 만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죠. 설정 설명도 그때 해도 충분하고요
(이건 타라의 첫 장면도 마찬가지인데, 수업을 통해 설명하신 설정도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넬에 관한 설정을 독자에게 알려줘야 한다면 다른 넬들과 엮일 때 풀어도 충분합니다. 선생과의 문답이 필요했다면 좀 더 단순하게 만드는 편이 좋고요)
타라와 같지만 다른 ‘뒷골목’ 이야기
엘의 과거에는 본편보다 많은 분량이 할애되어있습니다. 그러나 타라 이야기에 비해 재미가 덜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롯과 설정이 바로 앞, 타라 이야기에서 그대로 본 내용인데 긴박함과 궁금증은 덜했으니까요.
우선 타라의 이야기는 짧고 굵게 압축되어 있습니다. 당장 분량만 봐도 엘과 비교해 엄청나게 짧죠. (5화 VS 14화) 게다가 분량이 적은 타라 쪽이 압도적으로 떡밥이 많습니다. 타라라는 캐릭터 자체가 독자의 의문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격이 변하게 된 계기가 몇 문단 묘사로 모호하게 지나갈 뿐이기 때문이죠. 자신을 껍데기라고 칭하는 모습도 (2% 오글거려서) 좋았고요.
게다가 바로 다음 화에 가족이 몰살당합니다. 가까스로 도망치고 보니 사건에 관한 진실이 조작되어 있고, 정신을 추스를 새도 없이 납치를 당하고, 깨어나 보니 아이들을 운반책으로 쓰는 해괴한 범죄자(이른바 괴물)에게 잡혀있습니다. 그리고 그 범죄자를 ‘타라답게’ 처리하고 나니 또 정체불명의 남자가 와서 왕의 자질이니 뭐니 하는 이상한 말을 하죠. 이와 같이 ‘보여주지 않은 분량’, 즉, 떡밥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됩니다.
반면 엘의 이야기엔 궁금할 게 없습니다. 누나의 죽음? 처음부터 범인이고 뭐고 다 밝혀져 있습니다. 노튼가 가주에게 딱히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마야도 평범하게 착한 아이고, 처음과 끝에 나오는 부랑아들 모두 그냥 평범한 부랑아입니다. 그나마 마지막에 스쳐 지나간 ‘눈빛에 기품이 배어 나오는 남자’가 떡밥 역할을 하지만… 이게 답니다. 무엇보다 엘의 메인 플롯인 ‘기사단의 추악한 치부’와 아무 상관도 없지요.
위와 같은 이유로, 제가 보기에 엘의 어린 시절은… 이런 말 드리기 죄송하지만 차라리 없는 편이 낫습니다. 실제로 14화에 이르는 엘의 과거를 전부 지워버려도 본편 진행과 엘이라는 캐릭터 이해에 별문제가 없습니다. 가주는 부모님 같은 사람이고, 마야는 나의 치부까지 보듬어 준 좋은 친구다. 그리고 어린 시절 허무하게 잃은 누나가 있다. 이 정도 묘사로도 충분할 테니까요.
(만약 작가님이 숨겨놓은 이야기가 엘의 과거와 이어진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그 숨겨놓은 이야기가 나올 때 엘의 과거를 함께 보여주면 될 테니까요)
그래서 결국,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
엘의 과거가 이야기로서 힘을 갖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엘의 캐릭터가 타라처럼 독특하거나, 메인 플롯(기사단의 치부나 타라의 부모님이 학살당한 사건 등)에 엮이거나, 아니면 장면-이야기 그 자체가 강렬하거나… 뭐든지요.
또한 현재의 엘에게 최대한 빨리 사건과 목적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는 타라에 비해 엘은 어슬렁어슬렁 여행 온 것마냥 느긋하거든요. 묘사에서 감정의 폭발을 여러 번 보여주긴 하지만, 대부분 과거 사건의 잔재일 뿐, 현재와는 별반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주인공을 최대한 몰아세우는 편이 거의 언제 어느 때나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적절히 숨겨서 독자를 낚아올릴 떡밥으로 써먹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번에 몽땅 보여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를 살살 낚아올리듯 떡밥을 풀어서 독자를 작품 속으로 빠지게 만들어야죠. 엘의 과거도, 테러 사건도, 기사단도, 넬과 로아와 에냐라는 종족도, 분리주의도 잘 ‘보여주고’ 또 ‘숨긴’다면 매력적인 떡밥이 될 수 있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
제가 쓴 리뷰 중에서 가장 길군요. 처음 정식으로 의뢰를 받고 쓴 리뷰라 이래저래 기분이 묘합니다. 그래도 부족하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분이 있어 뿌듯하네요. 하하.
작품 외적인 이유로 애정이 가는 글이 었습니다. 주인공인 타라가 제 소설 주인공인 카라와 닮은 구석이 많아서(…) 말이죠. 일단 이름이 비슷하고, 극한 상황에서조차 냉철하고, 필요를 위해서라면 사람도 간단히 죽이며, 그걸 내심 즐기기까지 하고, 자신조차 모르는 왕의 자질을 가지고 있고… 흠흠, 역시 타라를 편애하고 있군요. 다른 주인공인 엘에 대해 쓴소리를 좀 했는데, 거기에 타라에 대한 애정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길 바랍니다. 하하.
다른 이야기를 하느라 여유가 없었거니와, 제가 원래 묘사나 문장에 관해선 말을 아끼는 편이라 언급을 안했습니다만, 작가님의 심리묘사는 수준급입니다. 중간에 다른 사람의 얼굴이 겹쳐보인다던가 하는 묘사는 쪼오끔 오글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심리묘사에 공을 들인 다는 건 쉽게 얻을 수 없는 장점이지요. 그럴듯한 설정과 캐릭터만 받쳐준다면 중요한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