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진 상상력으로 보는 눈이 즐겁다 공모(비평)

대상작품: 꿈을 걷는 고양이 (작가: 인레, 작품정보)
리뷰어: 알렉산더, 17년 2월, 조회 70

현실 속 일상을 다룬 것처럼 평범하게 시작해 상상력 가득한 소재들로 비범하게 마무리되는 작품이었고, 취향에 맞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꿈 속으로 들어가는 소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떠오른다.

고양이가 어떤 집에 입양될 때까지의 이야기는 다소 지루하지만 화자의 통통 튀는 듯한 말투에서 오는 매력 덕분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후 전개는 롤러코스터처럼 급격하게 일상에서 벗어나며 판타지 장르에 걸맞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령이나 거미와의 대화, 꿈의 입구와 문지기… 일단 판타지 세계로 입성한 후에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자신의 그림자에서 아이템을 꺼내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클라이막스 장면도, 사소한 소재와 인물들이 힘을 합쳐 뭔가를 이뤄낸다는 소박한 즐거움이 있다.

아쉬운 점은 고양이 ‘까치’의 비밀이 너무 맥없이 밝혀지고, 그 비밀이 이후 극의 전개에도 그다지 큰 영향이 없어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자 주인의 과거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아, 개미지옥이 어떤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인지, 호텔 속 인물들은 무엇을 반영하는 건지 독자에게 상상으로 맡겨놓는다는 것이다. 구원 과정인 대화까지도 생략되어 있다 보니 다소 성의 없게 보이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원 자체보다는 고양이의 모험극에 힘을 준 듯한 작품이었기에, 솔직히 그에 대한 아쉬움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일상과 연결된 소소한 아이디어가 잘 구성되어 있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 참 분위기가 좋을 것 같은 찰진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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