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난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동수란 남자가 얼마나 간절한지는 잘 모른다. 담뱃값에서 100원이 모자란 지폐와 동전 뭉치를 편의점 계산대에 그것도 어여쁜(?) 이성에게 부끄럽지도 않게 그냥 내밀게 만든 건 어쨌든 땡기는 니코틴에 대한 간절함 때문일테지. 뭐 아는 사람은 알고 슬몃 미소를 지을 테지만.
어쨌든 이 남자, 100원이 모자라서 편의점에서 곤란을 겪고 있다. 내 다년간의 알바 경험상 동전으로 값을 치르러 오는 손님은 속으로 반갑지 않다. 바쁠 때는 특히 더하고 모자라게 준 것이 분명한데 아니라고 박박 우기면 더더욱 밉다. 그럼에도 계속 빡빡 우기다 못해 큰소리까지 치고 게다가 도망치려고까지 한다면 더더욱 미울테다. 그러니 기분 좋으면 그냥 대신 내줄 수도 있는 100원 짜리 하나를 받겠다고 만만치 않게 구는 편의점 직원도 이해가 안 가는 게 아니다.
편의점 직원은 동수의 팔을 낚아채서라도 100원을 달라고 요구한다. 경찰까지 운운하며… 상황이 생각보다 커지려는 찰나, 나타난 친절한 뒤쪽의 남자가 “그 100원 제가 내드리죠.” 하며 친절하게 말을 건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때까지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하찮다면 하찮은 100원. 그 100원이 불러온 끝의 참사 수준의 결말을 본다면 이건 뭐 나비효과는 저리 가라 할 만하다. 사소함이 부른 엄청난 참극. 그러나 삶은 변화가 없고 심지어 계속 될 것이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동수씨다.
다 읽고 나서 이 남자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니까 담배를 끊던지 평소에 돼지저금통이라도 배불리 채워놓던지 쫌! 평소에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서 달리기라도 잘하든지 그럼 손목 안 잡혔을 거 아냐 (이건 아닌가?) 거울 보고 연습해서라도 말솜씨를 늘려 편의점 직원의 마음이라도 움직여 보던지. 차라리 하하 웃으며 그 직원이 그냥 가세요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이 웃기면서도 안타까운 동수씨의 어떤 날이 궁금하다면 소설을 읽으시라. 더 이상의 스포는 하지 않겠다.
우선 이 소설은 재밌다. 짧은데 슬쩍 미소 짓고 단박에 읽어 내려 갈 수 있고 인물들의 대화는 은근 쫄깃쫄깃하면서도 위트가 있다. 게다가 동수라는 캐릭터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상황을 더 부각시키며 이야기에 몰두하게 한다. 그리고 끝에 남는 것은 단지 동수라는 한 캐릭터만이 아니라 쓸쓸하고 안타까운 감정 한주먹이다.
편의점 직원과 동수의 대화도 재밌지만 편의점을 나와서 100원을 대신 내준 남자와의 대화도 흥미진진하며 재밌다. 어이없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은 상황을 능청떨며 이해시키는 서술이 깔끔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뭐? 그랬다고? 분명히 내가 읽고 있었음에도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동참해버린 채 말릴 틈도 없이, 벌써 당해버린 동수씨 옆에서 함께 멍청해져 있고 만다.
킥킥거리는 느낌으로 얜 뭐야? 하면서 읽어가다가 만나게 되는 건 동수의 자조 섞인 마지막 말과 함께 남아 있는 진한 페이소스 한웅큼이다.
아 잉여인간은 이래 저래 불쌍하고 안타깝다. 그와 더불어 금연 캠페인을 한줄 첨가하면 작가님이 싫어하려나?
자 여러분, 동수처럼 안 되려면 담배를 끊읍시다!!! (이, 이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