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리뷰를 쓸 때마다 한순간만이라도 제가 본 작품의 조회수가 치솟아 작가님의 입이 귀에 걸리는 꿈을 꿉니다.
그 꿈을 현실로 이루고 싶네요.
그러니 작품을 보고 난 다음 읽어주세요.
엽편입니다. 작품 소개를 보니 200자 원고지 14매네요.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이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왜냐고요? 뻔하지요.
지구 어딘가 찌그러져서 이 리뷰를 쓰는 도 모 모 련이라는 사람은 엄청난 수다쟁이라서, 엽편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사람이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요약문을 쓰라고 하면 갑자기 머리가 뒤엉키며 분량을 매번 못 맞췄으며, 안 그래도 되는 자기소개서를 A4 용지 4장이 넘는 분량으로 기운차게 써갈겨 냈던 사람이 혹시 주변에 있으십니까? 없으셨다면, 지금부터는 랜선 너머로나마 하나 생겼다고 쳐 주세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어느 정도 분량이 쌓여야만 시동이 걸리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짧은 분량 내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체험을 소재로 삼아 기승전결을 확실히 냈습니다. 길고 화려한 묘사는 거의 없습니다. 매우 간결하지만 효과적이고 짜릿한 괴담입니다. 다소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구석도 있었어요. 여자가 기절했다가 자신의 방에서 일어나고, 다시 기절한 다음 병원에서 일어나는 장면에서 바로 결말로 가 버리니까요. 장면 전환이 너무 휙휙 일어났다는 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분량을 고려하며 다시 읽어보았을 때는 이 정도의 속도감으로 가는 것도 즐거운 실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짧은 분량 내에서 긴장감을 이끌어가다 결말을 깔끔하게 내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문장이었습니다.
묘사가 그리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엽편에서 만연체로 세월아 너는 가라 나는 쓰련다 묘사를 하고 있으면 뭐 하겠습니까.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여자가 얼마나 예쁜지, 어떻게 예쁜지, 예쁘다면 어떤 메이크업을 하고 어떤 머리모양을 하고 있으며 평소 취향이나 스타일은 어떠한지, 이런 것들이 절대로 아니잖아요? 그저 이야기 그 자체이지요. 부연 설명도 어떻게 보면 군더더기입니다. 분량이 짧으면 차라리 과감하게 생략을 해서 독자가 상상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이 굉장히 좋아요. 단 한 문장으로 이제까지 쌓아온 걸 터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다만 저는 이 글의 문장을 읽으면서 자꾸만 중간에 걸려 넘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세상에는 완벽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 누구도 그럴 수 없고,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문장이란 일종의 허상이겠죠. 그러니 이런 말씀을 드릴 때는 보다 더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그러나 혹시, 만약에라도 언젠가 작가님이 이 작품을 다시 보시다 제가 왜 걸려 넘어지는 느낌을 받았는지 깨달으시는 날이 온다면, 꼭 다음의 부탁도 함께 떠올려주셨으면 합니다.
글의 묘사와 설명을 지금보다도 더 간결하게 가는 실험을 해 보시거나, 조금 더 문장과 문단 전체의 흐름이나 리듬에 신경을 써 주시면 어떨까요? 중복을 피하고 문장을 조금만 더 다듬고 읽는 사람이 문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문장과 비교해보는 과정을 거치고…… 분명히 근사해질 거예요.
감각적으로 굉장히 뛰어나게 문장을 써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이것도 어차피 어느 정도는 훈련과 학습의 영역입니다.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조금만 신경을 쓰시면 충분히 해내실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실제로 꽤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걸려넘어지는 광경은 언제 보아도 유쾌하지 않거든요. 이야기가 재미없고 기승전결도 못냈는데 하물며 실험적이고자 하는 의도도 보이지 않는, 문자 그대로 ‘정말 못 쓴 글’이었다면 아마도 전 리뷰를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글은 지금도 분명히 재미있지만, 문장을 조금만 손을 보았다면 더 재미있게 다가왔을 거예요.
‘남는 아쉬움’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저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앞서 제가 말씀드렸던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호흡이 좋았고, 긴장감을 이끌어나가는 힘이 있었고, 짧은 분량 안에 제대로 결말을 냈습니다. 결말에도 나름의 여운이 있습니다.
단점은 개선하면 되는 것이고 장점은 발전시키면 되는 것이다, 뭐 이런 좋은 말을 얼마 전에 들었어요.
저는 제가 들었던 그 말을 제가 들었던 그대로 작가님한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쓴 리뷰가 작가님이 앞으로 방향을 잡아나가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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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뜻이 궁금하여 구글의 힘을 빌렸으나 검색 상단에 브릿G 사이트가 나왔다고 합니다.
아무 의미 없는 의성어의 조합인지, 아니면 나름대로 심오한 의미가 있는 단어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