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꿈 같은 소설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빨간 제비부리댕기 (작가: 장아미,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8년 6월, 조회 119

오랫만에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을 한편 읽게 되었네요. 우선은 반가웠고 그러다 홀린듯이 읽어나갔고 꿈인듯 환상인듯 부유하다가 결국 끝에 다다랐네요. 그리고 저도 추방당한 범처럼 소리치게 되네요. 왜, 왜….왜!!!

 

토란잎에 떨어지는 이슬 방울을 묘사한 부분에서 잊고 살았던 제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계속 읽기 시작했네요.

저도 갑작스런 비를 만날 때 토란잎 아래 옹송그리고 있었던 추억이 있는 시골 아이라 이 소설이 더 친숙한 느낌이 드는 걸까요?

어린 시절 본 토란잎에서 또르르 흘러내리던 물방울의 이미지, 비에 씻긴 빠알간 앵두의 이미지가 추억 먼 갈피에 사진처럼 끼워져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눈앞에 떠올랐어요.  남의 집 뒤란에 빨갛게 익은 앵두를 몰래 따먹던 추억도 새삼 떠올리면서 읽다 보니 간혹 소설과 다른 개인적인 생각들이 많이 끼어들어서 이 소설을 제대로 읽은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리뷰를 쓸까 망설였지만 소설이란 게  딴 생각 못하도록 흡입력이 대단한 것만이 장점이 아니란 걸 알기에 리뷰를 써 봅니다.  어떤 소설을 읽으면서 추억속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희귀한 경험이긴 하니까요.

 

소설 초반에 조금 무슨 내용인가 헷갈리긴 했어요. 그러다 차츰 이해하게 되고 결말 직전까지는 꿈속을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기분으로 읽어나갔죠. 결말은 솔직히 마음에 안 들지만( 이건 저 혼자 생각일 수 있으니까요.)  결말 직전까지는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를 읽을 때의 느낌도 조금 있었고요.  <소나기>의  간명하고 시적이며 선명한 이미지와는 약간 다르긴 하지만 그런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좋았습니다.

토속적이면서 읽는 내내 잊고 있던 자연을 떠올리게 되고 여러 이미지들이 중첩되면서 소년과 소녀의 풋풋함이 애달프고 그러면서도 결말은 어떻게 될까 가슴 졸이며 읽게 되는 힘은 있어요. 어찌보면 사실을 살짝 헷갈리며 읽어야 제 맛인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해요. 몽환적이고 전설 같은 이야기라서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하면 오히려 이런 느낌이 안 날 것 같아요.

빨간 제비부리댕기, 통곡바위, ‘먹을 풀어 문댄듯 거무스름한 암벽에 돋을새김 돼 있던 부처님 형상’인 해수관음상에  간절히 비는 백이, 열 아홉번째 신부인 이홍…. 이러한데도 결말 부분이 통쾌하지 않은 건 왜인지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너무 다른 것에 심취해 있어서 그런 건지, 소설을 너무 딴 생각만 하며 읽어서 제대로 안 읽은 건지, 추방당한 범이 너무 불쌍해서 그런 건지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다른 분들도 한번 읽어보시고 생각해주시길 바랄게요.

 

아름다운 문장과 독특한 분위기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걸 리뷰라고 할 수 있을지 작가님께 누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 올려봅니다.

나른한 한낮, 재밌는 꿈을 꾸고 난 것 같은 기분. 전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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