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토란잎을 당겨 호미 끝을 닮은 테두리에 입술을 댔다. 잎맥 한가운데 고여 있던 이슬이 혓바닥 위로 굴러떨어졌다. 영혼을 적시는 한 방울.
일필휘지로 그은 듯한 눈썹이 고집스러운 인상을 풍기는 소녀였다. 굳게 다물린 입매 역시 내면의 완강함을 입증하는 듯했으나 동그란 턱을 받쳐 올려 깊고 검은 한 쌍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누구라도 그가 첫비를 맞은 새순처럼 여리고 유순한 인물임을 터득할 수 있으리라.
잔머리 한 올 빠져나올세라 꼼꼼하게 당겨 묶은 머리끝에는 빨간 제비부리댕기가 매여 있었다. 은은한 광색을 내는 치마저고리는 은실을 섞어 짠 금錦, 잘못 밟아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띠를 둘러 끌어 올린 치맛자락 밑으로 드러난 속바지는 희디흰 능綾이었다.
남자가 팽나무 가지에 얹고 있던 손을 내렸다. 초로의 그 남자는 어릴 적 손님마마라도 앓았는지 거뭇하게 탄 얼굴이 얽은 자국으로 덮여 있었다. 목이 짧고 굵은 데다 어깨까지 두툼하게 올라붙어 다부져 보이는 그 남자가 길잡이, 다시 말해 이홍을 통곡바위로 안내할 자였다.
“그만 일어나게. 갈 길이 머네.”
이홍이 남자의 다그침에 못 이겨 몸을 일으켰다. 아침 이슬이 내린 탓인지 길이 질었다. 꽃을 수놓은 비단신의 밑창이 지저분했다.
산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이홍이 가슴을 부풀려 산꼭대기에서 불어 내려온 바람을 몸속 가득 머금었다. 야생화며 풀, 이끼며 열매에서 풍기는 시큼하고 역한 냄새들에 섞여 어떤 기운이 맴도는 듯했다.
남자가 이홍을 재촉했다.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 모르겠다만 그만두는 게 좋을 게다.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네 명은 오늘까지니까.”
빨간 제비부리댕기
빨간 제비부리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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