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투명고양이 한 마리… 감상

대상작품: 투명고양이는 짱이었다 (작가: 강선동정영만김이환, 작품정보)
리뷰어: 키르난, 18년 6월, 조회 35

제목에 끌려 보았다가 고양님께 반했습니다. 그리하여 넙죽 리뷰를 바치옵니다.

 

욕심이란 건 압니다. 그럼에도 저도 투명고양이를 원합니다. 원하는 사람에게 오는 것도 아니고, 무작위로 찾아드는 고양이지만, 제목그대로 투명고양이는 짱입니다. 너 혼자 다 해먹어!

 

‘나’는 어느 날 집에 낯선 존재가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 전부터 감은 있었지만 그 날은 더더욱 뭔가 이상했지요. 그간 잠도 부족했고 기분도 좋지 않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보니 그 때문인가 생각했지만 그런 날카로운 신경줄과는 별개로 뭔가가 있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그리하여 부릅니다. 거기 누구야!

그러나 낯선 존재가 대답합니다. “투명고양이야.”

음. 다행히 도둑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투명고양이라니. 크와와와와왕!하고 울부짖는 투명드래곤이 아니라 다행인가요. 하여간 이 투명 고양이는 눈에 보이지 않을뿐 만질 수는 있습니다. 부드럽고 긴 털이라니 장모종인 것은 확실하고, 괜히 노르웨이종이 아닐까 망상해봅니다.

하여간 투명고양이는 밖이 춥기 때문에 겨울 동안에는 남의 집에 몰래 숨어서 보낸다며 겨울 동안 머물러도 괜찮냐고 양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허락하자, 그 다음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합니다. 일이 아니라 취미인지도 모르지만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이런 저런 물건들을 사오라며 돈까지 내줍니다. 나가기를 망설이던 나는 마트에서도 사람이 많아 또 한 번 들어가는 걸 망설이다가 제대로 장을 봤고, 고양이는 그걸로 밥까지 차려줍니다.

 

그 뒤에도 죽 이어지지만 거기까지 쓰면 읽는 재미가 없지요. 하지만 다 읽고 나면 투명고양이는 짱이라는 생각이 확연히 듭니다. 망상하기를, 저 고양이는 정말로 투명해서 존재하고 만질 수는 있지만 볼 수는 없으니 털 역시 투명하여 눈에 안 들어올 것이고, 그렇다면 결벽증 있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좋을 고양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보이지 않는 털은 청소기를 돌리면 먼지와 뒤섞이더라도 부피를 차지하고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지요. 하지만 그걸 넘어서 어쩌면 이 투명고양이라는 존재 자체도 망상일지 모릅니다.

 

여기서부터는 추측이지만, ‘나’는 겨울이 되기 전 심각한 우울증이 있어왔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돈이 부족했다면 마트에 가서도 한참 망설이다가 도로 들어왔을 거라는 부분이나, 사람들이 많아서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부분. 후자는 대인기피증세로도 보이지요. 거기에 초반에 잠도 못자고 기분도 우울하고 밥도 잘 못먹었다는 것은 겨울 전의 계절성 우울감일 수도 있지만 그 때까지 주인공이 겪은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갑자기 찾아온 투명고양이 덕분에 나는 바깥 생활도 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햇볕도 꾸준히 쐴 수 있었고요. 크리스마스도 같이 보냈다는 것을 보면 우울증을 뻥 차서 멀리 날려버리는데 아주 큰 공헌을 한 모양입니다.

 

어느 봄날 투명고양이는 훌쩍 떠나고 텔레비젼이 남았지만, 그러고도 나는 우울함을 떨치고 활기찬 봄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투명고양이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만날지도 모르고 그 때 안부를 물을 지도 모르지만, 어디있든 투명고양이는 짱 세니까 잘 지낼 겁니다. 그리고 저 정도의 집안 관리 실력이라면 분명 어디가서도 사랑 받을 겁니다. 그러니 제게 한 번 쯤 와주시면 안될까요. 듬뿍 사랑 얹어드릴 수 있을 텐데! 제 첫 고먐님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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