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윤회가희 (작가: 인레,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17년 2월, 조회 122

화자인 ‘나’의 회상으로 부터 <윤회가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결국 음악가가 되지 못했지만, 확연하게 다른 길을 가지 않았다. 현재 그는 음악에 대한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면서 회사의 임원이 된 40대 중반의 한 남자다.

음악가의 꿈을 꾸던 한 때 그는 자신의 또래보다 음악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 소년이었다. 그런 그가 또래의 친구인 ‘이의령’이라는 친구를 알게 되고, 마법처럼 혹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그에게 마술을 부린 것처럼 의령이 그에게 서스럼없이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아도 그가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 자부심을 갖고 있던 어느날 의령이 음악실에서 피아노치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급격히 친해지게 된다. 들어보지도 못했던 피아노 선율이 소년을 매료시켰고, 이내 의령이 하는 모든 것들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

나 보다 더 뛰어나고 생동감있게 만들어내는 음악을 표현하는 의령 아래, 소년인 ‘나’는 동경과 음악에 대한 박학다식한 그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의기소침해 진다. 점점 더 작아지는 자신감. 이내 의령과 음악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 했던 소년은 그를 미워하게 된다.

음악에 있어 뛰어난 천재인 의령은 소년과 달리 재능을 살려 음악가의 길을 가게 되고, 나와는 자꾸만 멀어지며 큰 별로 성장한다. 나는 대학생이 되고, 음악과 관련 없는 학과를 진학한다. 의령을 알게 되면서 좋았지만 의령 때문에 음악의 길을 잃게 된 나. 종종 의령이 연락을 해 오지만 나는 자꾸만 피해 버린다. 이내 그에게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나에게 전해진다.

‘나’라는 소년의 감정이 잘 전달되어 너무나 빼어난 친구 ‘의령’에 대한 열등감이 잘 표현된다. 시간이 흘러 자신의 학창시절을 복기 하면서 당시 꿈꾸었던 ‘음악가’를 꿈꾸었던 그의 지난 날과 이루지 못함 꿈의 아쉬움 속에 절대 잊을 수 없는 한 친구 ‘의령’을 잘 표현하고 있다.

눈을 감고서 개가 됐다가

눈을 감고서 썰매가 됐다가

눈을 감고서 돌이 됐다가

 

눈을 감고서 다리가 됐다가

눈을 감고서 구름이 됐다가

눈을 감고서 그대가 되네···

의령의 자작곡인 이 곡은 ‘나’와 의령 둘만 알게 된 곡으로, 노래가 신비롭게 들리기도 하지만 앞으로 의령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예고편이기도 하다.  인레 작가의 <윤회가희> 작품과 일맥상통하게 맞아 떨어져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이 작품을 읽으니 더 생생하게 의령의 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다.

미워했던 친구의 부재 ‘나’라는 인물이 느끼는 상실감, 후련함, 혹은 어딘가 모르게 그를 조금이나마 그리워했던 마음이 돌고 돌아 다시 의령의 모습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시공간을 떠나 다시 나에게 다가온 의령의 모습은 현재 ‘나’라는 인물에게 끊임없이 매칭된다. 돌고 돌아 다시 윤회의 길로 돌아온 그의 모습은 나의 주위를 배회하며 다가왔고, 유년시절이 아니라 지금도 나를 배회하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야 할까.

처음에는 ‘나’라는 인물의 열등감이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다가서지 못한 그의 한계가 느껴졌고, 이내 의령이 왜 그의 곁에 다시 돌아왔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나와 다른 모습의 의령. 동전의 양면처럼 그는 음악이든 인격이든 자유자재로 다루고 늘, 어딘가에서 그를 좌절 시켰던 친구의 잔상들이 계속해서 남아 돈다면…읽으면 읽을수록 조금은 오싹한 기분이 든다. 불교 교리 가운데 하나인 ‘윤회’에 대해 다중적인 인격을 결합해 쓴 작품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다시 태어난 의령이 ‘나’를 다시 만나 설명하는 부분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소재의 어우러짐이 좋았던 작품이다.

목록